이산하 「피었으므로, 진다」

제주4·3을 담은 장편소설 「한라산」의 이산하 작가가 두번째 산문집을 냈다. 바로 「피었으므로, 진다」다. 전국 27곳의 산사를 돌아보며 체험한 기록을 옮긴 책이다.

순천 불일암에 대해 그는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절"이라고 했고 영주 부석사는 "그리워할 대상이 없어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절"이라고 표현했다. '시인'다운 표현력과 비유가 산사의 사계와 풍경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새벽볔 산사의 고요함을 비롯해 노(老)스님의 기침소리, 절마당의 꽃잎이 피고 지는 소리 등 섬세한 감정 전달이 돋보인다.

「한라산」을 발표하고 긴급 수배됐을 때 아득한 심정으로 찾아간 절의 이야기도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이다. 삶이 힘겨울 때 얻은 위로와 성찰 등이 눈물겹고 애틋하다. 쌤앤파커스·1만5000원.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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