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동남아·중남미 등 여행 위험도 점점 커져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해외여행을 계획한 지구촌 시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테러와 쿠데타 등 여행에 악재인 소식들이 연일 날아들면서 지구촌에서 안심하고 휴가를 만끽할 장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이 멀다 하고 들려오는 테러 소식에 유럽과 동남아시아 유명 관광지는 여행 위험지역으로 바뀐 지 오래다.

특히 테러를 감행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주로 주요국의 대도시 다중 이용시설을 목표로 삼다가 최근에는 축제장, 휴양지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공휴일인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밤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로 지구촌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테러범은 해변에서 축제를 즐기던 군중을 대형트럭으로 무자비하게 덮쳤다.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84명이었고 202명은 다쳤다.

피해자에는 프랑스인이나 유럽인은 물론 미국의 부자(父子), 중국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여행객도 포함돼 누구든 무고한 군중을 겨냥한 '소프트타깃' 테러로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니스는 프랑스의 대표적 휴양지로 여름철이 되면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유럽인 등 외국인이 대거 찾아 휴가를 즐기는 곳이다. 지난해 5월엔 중국의 톈사그룹(天獅集團) 직원 6천여 명이 회사가 마련한 프랑스 단체여행을 니스에서 즐겨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고 한국 관광객도 자주 찾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와 올해 벨기에 브뤼셀 공항 연쇄 테러 등으로 유럽에선 안전지대가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4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올여름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남유럽 지중해 휴양지에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이탈리아 정보당국이 입수했다는 보도도 나와 불안감은 증폭됐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혼재된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터키는 잦은 테러에 이어 군부 쿠데타로 몸살을 앓으면서 관광대국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터키 이스탄불의 대표적 관광지 술탄아흐메트 광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독일 관광객 10명이 숨졌다. 지난달 말에는 자살폭탄 테러가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뒤흔들었다.

잇단 테러로 안전한 여행지로의 매력을 잃어가던 터키는 15일 밤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정정 불안에까지 휘말렸다.

미국 정부는 16일 터키 내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쿠데타까지 발생하자 자국민에게 터키 여행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국 정부도 16일 오후 2시 30분부로 터키 전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서양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도 즐겨 찾는 동남아 관광지도 테러 공격의 타깃이 됐다.

지난해 8월 태국 방콕 도심의 관광명소 에라완 사원 근처에서폭탄이 터져 20명이 사망했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이달 초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발생한 테러는 외국인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테러리스트들은 자카르타 시내에서 스타벅스 등 외국 브랜드가 많아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곳을 범행 장소로 선택했다. 다카 인질 테러는 외국공관 밀집지역에서 발생해 일본, 이탈리아인 등 20명이 숨졌다.

또 소두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감도 여전한 상태라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지카 위험국가들의 여행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지카 걱정 때문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다음 달 열리는 올림픽에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고 중남미 여행을 고민하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다.

지구촌 전역에 테러 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한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터키 쿠데타 당시 이스탄불 국제공항이 군에 한때 장악되면서 공항에 있던 한국인 140여 명은 비행기 지연 등으로 '공포의 10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니스 테러 때는 한국인 62명이 연락 두절 상태에 놓였다가 뒤에 안전이 확인돼 많은 사람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가운데 경기 위축과 정치적 상황의 격변으로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도 있다.

영국에선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파로 올여름 휴가를 집이나 국내 관광지에서 즐기는 '스테이케이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로 파운드화가 급락해 해외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려는 영국인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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