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을 참아낸 후에 맞이하는 봄의 향기는 언제나 향기롭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봄꽃들의 향기. 때론 희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릴 수 있는 꽃들이 만개를 미리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누구와도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성탄의 흥취는 겨울을 견디게 만드는 힘을 우리에게 전해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과 성탄의 즐거움과 차가운 겨울을 함께 견뎌낼 수 있는 따뜻한 동화들을 함께 읽는 것은 이 겨울,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기 너구리네 봄맞이
 「몽실언니」「강아지똥」의 작가 권정생씨가 글은 쓴 이 책은 봄의 환희는 기다림 뒤에 온다는 사실을 소박하게 풀어내고 있다.

 겨울잠을 자는 너구리네 가족. 아기 너구리 삼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섭리를 자연스럽게 일깨우고 있는 이 책은 권정생씨가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처음으로 쓴 동화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너도 하늘말나리야」 등의 그림책을 통해 차분한 삽화를 보여줬던 송진헌의 그림이 권정생의 글과 함께 어우러지며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권정생의 글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처음의 시작은 소박하지만 그것이 일으키는 감동의 파장은 깊고도 오래 간다.

 먼 산 속에 자리잡은 너구리네 굴. 그 곳에는 아빠 너구리, 엄마너구리,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삼촌너구리 그리고 아기너구리 삼남매가 서로의 몸을 감싸안으며 겨울잠을 자고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내는 동안 겨울잠을 자야만 하는 너구리네 가족. 하지만 막내 너구리가 살며시 잠을 깬다.

 막내의 울음소리에 잠이 깬 너구리 삼남매는 살금살금 굴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밖에서 마주친 것은 흩날리는 눈. 단풍이 떨어진 겨울 산의 쓸쓸한 모습이다.

 그 모습에 다시 굴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삼남매, 그리고 긴 겨울잠의 끝에서 드디어 맞이하는 봄의 포근함.

 이 책은 너구리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긴 겨울을 참고 기다려야 봄이 온다는 것을,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아기 너구리가 봄을 맞이하는 광경은 소박한 연필화와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낸다.

 눈보라는 간데 없고 환한 햇빛이 눈부신, 골짜기 아래 멀리엔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는, 파란 하늘엔 새들이 재잘대며 울고 다니는, 그런 봄의 풍경은 새삼 자연의 신비를 일깨운다.

#크리스마스 선물
 성탄이면 생각나는 이야기. 연말 아이들의 학예회 때면 연극의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다.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 영감. 자기밖에 모르는 구두쇠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든 유령 때문에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찾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스크루지 영감이 살고 있는 집에 구두쇠와 닮은 생쥐 한 마리가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생쥐는 자기밖에 모르는 주인의 심정을 그대로 닮고 있다면. 그 생쥐도 유령 생쥐의 방문을 받지 않을까.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런 가정에서 쓰여진 동화다. 아름답고 사실적인 동화 표현에 뛰어난 작가인 루스 브라운은 구두쇠 생쥐 벤의 이야기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다.

 크리스마스에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생쥐 벤에게 유령 생쥐가 찾아오고. 유령생쥐는 벤과 내기를 한다.

 벤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 설탕에 절인 자두를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은 생쥐 셋을 찾으면 유령의 소원을 들어줘야 된다고.

 벤과 유령은 생쥐들의 파티장을 찾아가지만 그 어느 누구도 자신밖에 모르는 벤의 자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벤이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지만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은 토비 포워드의 삽화다.

 사실적인 묘사와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를 교차한 삽화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이들에게는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을, 어른들에게는 세상이 아직도 살만한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한 권의 동화가 때론 평생을 좌우하는 하나의 이념이나 사고체계가 되기도 한다. 최근 넘쳐나는 아동 서적 출간 붐에서 이 두 권의 동화는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삽화와 정감 있는 이야깃거리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에게도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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