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위원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임기 반환점에 즈음해 조직개편과 함께 이뤄지는 하반기 제주도 정기인사가 오늘 오전 발표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국·과장급 공무원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교체가 예상된다. 민선 6기 최대 규모의 인사로 전망되며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종전 관례에 따라 1957년 하반기 출신 고위직들에 대해 대부분 유관기관 파견근무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전관리실장, 특별자치행정국장, 농축산식품국장, 감사위 사무국장, 제주시 부시장 등이 대상이다. 제주도에서 14명,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2명 등 18명이 사무관(5급)에서 서기관(4급)으로 직급 승진할 예정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앞선 민선 지사들과 달리 선거에 따른 논공행상에서 자유롭다. 그런데도 취임 초기 인사를 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원 지사는 '인사의 기준은 첫째로 일 중심'이라고 밝혔으나 당시 인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정기인사는 원 지사가 취임한 이후 첫 대규모 조직개편에 맞춘 것 일뿐만 아니라 남은 임기 2년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제주도는 올해 특별자치도 출범 10년, 제주도제 실시 70년을 맞았다.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위한 특별자치도 추진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도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있는데 제주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위안이다. 관광객은 7월26일 현재 866만6940명이 방문, 지난해에 비해 무려 21.6%나 증가했다. 도내 건설업체의 5월말 기준 신규 도급 실적은 265건에 6251억여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4.0%나 증가한 규모다.

경기상황과 달리 원희룡 도정의 목표인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와 관련한 정책은 물론 실적 역시 임기 2년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는다. 각종 현안 역시 답보상태다. 제주해군기지건설 관련 해군의 구상권 청구 문제나 제2공항에 따른 해당 지역 주민 반발,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도민들의 주거 안정, 중산간 난개발, 카지노업 건전 육성, 축산악취, 전기차 보급을 비롯한 탄소없는 섬 정책은 말만 요란하지 성과는 미흡하기만 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구슬을 꿰는 것은 사람이다. 도정목표 추진이 미흡하고 현안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제주 공직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낡은 관료주의가 제주 공직사회를 좀먹고 있다. 언제부턴가 도민의 공복이어야 할 관료들이 도민위에 군림하게 됐고,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며 적폐를 낳고 있다.

원희룡 도정은 시대적 소명으로 대한민국 1%라 여겨지는 제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통해 자연의 가치, 문화의 가치, 사람의 가치를 키워내 무한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단행되는 제주도의 인사는 이런 의지와 야심이 반영돼야 한다. 무엇보다 관료주의에 물들어 폐쇄성과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공무원들을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 원 지사도 "부패와 잘못된 관행에 젖어있는 줄기에 대해서도 거의 다 파악했다고 생각한다"며 고강도 조직쇄신을 예고했다.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는다. 조직이 활기를 찾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을 잘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의미다. 또 인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정기인사를 앞두고 비위연루 공직자의 주요보직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비선의 개입설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시장에게 이양했다고 밝힌 4급 이하 공무원 인사권에 대해서도 도 본청의 개입설이 제기되고 있다.

원 지사는 이번 인사를 엄격한 기준에 의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 오로지 지역과 도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공평무사한 인사를 통해 능력 있고 성실한 공무원이 우대받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도민사회가 이번 인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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