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 사회부장대우

삼국사기에 나오는 구토지설(龜兎之說)은 토끼와 거북이를 등장시켜 인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우화다. 이 설화는 토끼로 대표되는 평범한 인물의 지혜로운 행동과 거북·용왕으로 대표되는 지배자의 강압과 무능함을 대비시켜 토끼의 생기발랄한 성격을 보여준다. 

구토지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바다에 사는 용왕은 자신의 병에 토끼의 간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자라로 하여금 토끼의 생간을 구해오도록 한다. 육지로 나간 자라는 토끼를 찾았고, 온갖 달콤한 말로 토끼를 유혹한다. "바다 가운데 한 섬이 있는데, 샘물이 맑아 돌도 깨끗하고 숨이 무성해 좋은 과실도 많다. 그곳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매나 독수리 같은 것들이 침범할 수가 없다. 네가 만약 그곳에 갈 수만 있다면 편안하게 살 수 있어 근심이 없을 것"이라며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간다. 

뒤늦게 자라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안 토끼 역시 꾀를 내어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둘러대어 용궁을 빠져 나간다. 자라가 토끼를 꾀기 위해서 한 것처럼 남의 비위에 맞도록 꾸민 달콤한 말과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을 감언이설(甘言利說)이라고 한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지난 7일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한시적으로 모든 전기차에 대해 취득세를 100%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급실적이 저조하자 취득세 감면으로 실적을 높여보려는 궁여지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제주도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파격 정책을 발표한지 10일만에 취득세 한시적 100% 감면은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 행정자치부가 법률불소급의 원칙을 내세우며 취득세 100% 한시 감면은 조례 개정 이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원 도정은 출범 직후부터 수평적 협치정책을 내세우며 민심잡기에 나섰다. 도민들도 서민 중심의 행정과 지원을 기대했다. 하지만 도의회와의 충돌과 권한 다툼 등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 원 도정이 27일 정기인사를 통해 내세운 비위공직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마찬가지다. 지키지도 않을 감언이설로 도민들을 기망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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