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제주시 이호테우 해변에서 폐장 시간인 9시가 지나도록 아이들이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폐장 시간을 넘어가면 안전요원이 철수해 사고 위험이 높아지지만 입욕을 통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진=변미루 기자

폐장 이후 물놀이 출입통제 있으나마나
불꽃놀이·쓰레기 투기…시민의식 실종

"이호테우해변 종합상황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저녁 9시 이후 해수욕장 입욕이 통제되니 지금 당장 물놀이를 중단해주시길 바랍니다."

27일 오후 8시50분 제주시 이호테우 해변. 폐장을 앞두고 종합상황실의 안내 방송이 200여명의 인파 속으로 울러 퍼졌다. 빨간 옷을 입은 안전요원들이 물놀이 구역을 표시해놓은 부표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9시 정각 백사장을 환하게 비추던 야간조명이 '탁' 소리를 내며 꺼졌다. 안전요원들이 철수하면서 종합상황실도 문을 닫았다.

캄캄한 어둠이 바다를 에워쌌지만 축제는 계속됐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삼삼오오 파도를 타며 즐거움 함성을 내질렀다. 수영복을 입고 백사장에서 맥주를 마시던 연인들은 바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 셀카봉을 올려들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지만 이를 제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관광객 김회순씨(62·광주)는 "너무 어두운데 사람들이 꽤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 같다"며 "아이들은 위험한 줄도 모르고 신나게 노는데 지켜보는 안전요원도 없이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27일 밤 10시30분께 제주시 함덕서우봉해변에서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주차구역을 알리는 시설물에 쌓여 넘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해변에서 금지된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등 야간 해수욕장이 무질서로 얼룩지고 있다. 사진=변미루 기자

인파가 조금씩 빠져나가자 백사장에는 먹다 버린 막걸리통과 소주병이 나뒹굴었다. 돗자리를 깔고 소주를 마시던 중년의 남성들은 태우다 만 담배를 모래 속에 파묻었다.

밤 10시30분께 제주시 함덕서우봉해변은 불꽃놀이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폭죽은 연신 굉음을 내며 밤하늘로 솟구쳤다. 산책하던 가족들이 움찔거리며 일대를 지나쳤다. 한 노점상에는 '15연발 폭죽종합세트 1만원'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그 옆으로 '폭죽 사용 금지' 현수막이 초라하게 나부끼고 있었다. 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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