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 '화분 수령 금지령' 화훼업계 된서리

사진=고경호 기자

원희룡 지사, 사실상 "받지 말라" 경고…주문량 급감
공직자 '범죄자 취급'에 불만…'발언 경솔' 여론 비등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실상 '축하화분 수령 금지령'을 내리면서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업계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화훼업계는 최근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의 사정을 감안하지 못한 '성급한 발언'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주문량 급감 '울상'

제주도 하반기 정기인사 단행으로 반짝특수를 기대했던 도내 꽃집 등 화훼업계가 헛물만 켰다. 선주문을 통해 물량을 확보했던 일부 꽃집들은 상품성 하락과 폐기처분 등에 따른 손해마저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원희룡 지사가 지난 20일 "경조사 등에 관급공사와 연결돼 있는 업체들로부터 화분을 받는 것은 범죄에 대한 자수이며 현장 증거"라고 경고하며 '화분수령 금지령'을 내리자, 공무원들이 인척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보낸 화분 조차도 수령을 기피함으로써 주문량이 예년 보다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28일 제주시 연동 A꽃집 업주 김모씨(60·여)는 "평소 인사철에는 하루에 화분이 20~30개 정도 관공서로 배송되는데 이번에는 주문량이 한 건도 없다"며 "영세 자영업자들이 굶어죽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아라동 B꽃집의 업주 이모씨(55)는 "이달 초 평년처럼 화분 200개를 들여왔는데 주문량은 10개가 고작"이라며  "매출이 예년에 비해 80%까지 감소, 안 팔리면 결국 폐기처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 지사의 화분 수령 금지령 발표 다음날인 21일 도를 항의 방문, 꽃집 종사자들 모두를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고 밝혔다.

△좌불안석 공무원 수령 거부

'눈치만'도공무원들도 불편하다.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축하화분을 보내도 되겠느냐'라는 질문에 '보내지 말라'고 대답을 하면서 진땀을 뺐다. 

공직자들에 따르면 내부 행동강령상 화분이 들어오면 청렴감찰부서에 보고를 한 후 화분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해야 하는 등 사실상 "받지 말라"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괜히 화분을 받았다가 원 지사로부터 질타나 문책이나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하면서 '좌불안석'인 상황이다. 

축하화분을 보내려던 공무원들의 지인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원 지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의'로 축하화분을 보냈지만 원 지사의 표현 처럼 '범죄자 자수'의 뇌물 수수로 오해 받는 등 해당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망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되도록 보내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있지만 배달된 화분을 돌려보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화분이 들어온다면) 복지시설에 기부하려고 하지만 차라리 안받는게 더 편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지사 한마디에 생존 달려"

이번 축하화분 논란은 원희룡 지사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환기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원 지사가 축하화분을 수령한 공직자를 '범죄자' 취급을 하는 듯 한 발언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 지사의 발언이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경제 등 도민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축하화분 수령을 '범죄에 대한 자수', '현장 증거'라고 언급한 것은 경솔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때문에 꽃집업계는 "지사 한 마디에 영세업계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원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과 달리 도정 책임자의 발언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점을 자각,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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