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 교수 학장·이학박사·논설위원

제주도에는 상당수의 외국인관광객이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어와 문화에서 현지인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로는 소통이 안될 뿐 아니라, 통일성을 기할 수도 없게 됐다. 이를 위한 수단이 국제어이고, 이런 선호풍조에 맞춰 일반사회까지, 영어에 매료되고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여길 뿐, 설명에 필요한 전문용어에서 한계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관광지에 세워진 설명문마저 '일반적 표현에서 탈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류까지 낳고 있다. 관광대상이 신비하고 위대한 자연에 그치지 않고, 역사문화까지 포함되면서 범위가 넓어진데 따른 혼선결과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고유용어가 필요'하건만, 현실은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데 따른 것인지, 곳곳에는 오류(誤謬)를 드러내거나 '불완전한 표현'으로, 관광객들에게 혼선을 안겨주고 있다.  

관광의 지향점은 경제수입에만 있지 않다. 국가명예를 높이는데도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나라품격을 높여가도록 '알맞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광지에 내건 단편적 모습이더라도 국가이미지와 품격을 알리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관광지에 설치된 설명문의 경우, 국가위상을 '대외에 알리는 간판(看板)'으로, 역할하고 있을 것은 당연하다.          

대표적 사례로 중문해안에는 기암괴석이 등장하는데 '절리(joint)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잘못된 표현이 아니라, 초점에서 빗겨감으로써 관광객들에게 혼선을 안겨주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절리(節理)는 바위를 '쪼개놓은 틈새의 섬세한 균열'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비쳐지는 것은 '기둥처럼 솟아오른 수많은 암벽'에 있다. 이런 점에서 '주상형의 현무암절벽(columns of basalt)'으로 표현하는 것이 온당하다.   

근본으로 다가갈 경우 화산폭발에 의해서 용융상태에 놓인 용암이 분출되고, 그것이 해수를 향한 유입과정에서 '급냉각에 따른 6각형결정체'를 이룬 원리와 관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열(柱列)의 표현'처럼, 기둥모양의 암벽이 늘어서 있으며, 인공미(人工美)와 혼선을 빚을 정도이다. 이것이 신비경으로 다가와 '관광객의 눈을 끌며 유혹'하고 있다.

역사시대의 조형물인 그리스신전도 구조상특색으로 둥근기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기둥을 '원주(圓柱)로 표현'해왔는데, 모양새에서 다를 뿐 '주상(柱狀)을 갖춘 점'에서 절리와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중문해안의 기암괴석도, 그리스문명에 비유하며 '수많은 기둥이 모아진 신비한 경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온당하다. 형성요인에 주력하는 절리보다 '형태적 설명에 주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시(可視)성을 중시하는 '관광자원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해안지역에는 해식동이 발달하고 있다. 산방굴사가 대표적인데, 해식작용과 융기작용이 겹쳐져 형성됐다. 하지만 김녕(金寧)의 용암굴처럼 내륙에도 동굴은 존재함으로, 해안과 내륙에 걸쳐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전자가 해안에 놓이면서 '해수침식에 의한 것'임으로, 이를 강조해 '해식동굴(sea cave)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내륙에 놓인 용암수도와 석회동을 '내륙동굴(inland cave)로 표현'하고 있다. 

외돌개는 '단순한 암석(rock)'으로 표현하고 있음으로 '석다(石多)의 환경'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이다. 오히려 해벽과 분리된 채로 '외롭게 서있는 암벽(isolated seacliff)'으로 표현하는 것이 온당하다. 해식(海蝕)작용에 의해서 육지에서 분리된 채 고립과정을 밟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례만으로도, 오류인 것이 드러나고 있다. 설명문에 대한 전반적 점검과 더불어 '실제상황(real situation)에 부합'되는 설명문으로, 교체해나가는 것이 마땅함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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