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 서귀포지사장

올해는 제주도제 실시 70주년이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25주년을 맞는 해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인해 1960년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끝으로 지방의회가 폐지된 이후 1991년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되살아났다.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임명제가 유지됨에 따라 완전한 지방자치제라고 보긴 어렵지만 1995년 6월 27일 지방의회 의원과 지자체장을 뽑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돼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됐다.

이에 따라 도내에서도 도지사는 물론 제주시와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4개 시장·군수가 주민들의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되면서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인사측면에서 중앙정부 또는 제주도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관선시대 제주도에는 지방 5급·국비 5급이라는 직급이 있었다. 같은 5급(사무관)인데도 지방비로 충당되는 5급은 계장인 반면 국비로 월급을 받는 5급은 과장 보직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내무부에서 근무하던 6급이 5급으로 승진하면서 제주도로 전입될 때에는 국비 5급 대우를 받아 곧바로 과장 발령을 받는, 지금으로 보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따금씩 벌어지곤 했다.

민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같이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고 시·군에서는 자체인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제주도와의 인적 교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시장·군수들은 도에서 내려보내는 직원들을 거의 의도적으로 홀대했다. 5급으로 승진하며 전입한 신참들이 본청 주요 보직을 받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대부분 동장 등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자리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남제주군 안덕면 출신에다 지방고시 1회 출신인 이중환 현 서귀포시장만 하더라도 서귀포시로 발령받은 다음 처음 맡은 보직이 서홍동장(1998년 3월~9월)일 정도였다. 

이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다른 지역 출신 공무원을 중용해봤자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었다. 게다가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으로 전출된 직원들은 대부분 업무에 신경을 쓰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제주도, 아니면 제주시로라도 넘어가려는데 더 관심을 쏟아 그들이 자초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2006년 7월 제주·서귀포시장 등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소위 '제왕적 도지사'에 의해 행정시의 위상이 급격히 실추되면서 인사 역시 도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중환 시장이 취임한 뒤 7월28일자로 단행된 올해 하반기 서귀포시 정기인사는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자괴감을 안겨줄만큼 모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사·계약·경리 등을 담당하는 총무과와 기획예산과, 자치행정과 등 사실상 청내 주요 업무를 망라하는 자치행정국장에 서귀포시 근무 경험이 전무한 제주시 출신을 도에서 갖다 앉혔다. 총무과장 또한 서귀포시 근무 경험이 없는 사무관 승진 3년 경력의 제주시 출신 도공무원이 차지했다. 한 해 예산을 책임지는 기획예산과장 또한 관련 경력이 전혀 없는 사무관이 승진 1년만에 제주도에서 전입해왔다.

이 때문에 전·현직 공무원과 시민들은 서귀포시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이중환 시장과 이번 인사를 주도한 허법률 부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자치행정국장과 문화관광체육국장 등 도에서 내려온 2명 모두 내년 6월말 공로연수가 예정된 점을 들어 국장 승진 자리를 만들기 위한 '깊은 뜻'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비교적 젊은 시장(1966년생) 체제에 한때 기대감을 가졌던 서귀포시지역 사회에서는 그만큼 실망도 크다는 반응이다.

이 시장에게서 불통과 오기, 고시 출신에서 풍기는 독특한 포스(?) 등 원희룡 지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한 간부 공무원의 말뜻을 이 시장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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