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라이프스타일 산업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달러에 이르기 시작하면 요리, 건강제품, 애견관리, 인테리어 등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가치소비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브랜드 전문매장 보다는 이것저것 모아 놓은 편집매장이 생기고, 카페에서 가구도 판매하는 등 매장인지 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유통형태들도 눈에 띈다. 

이와 같이 과거에는 명확하게 구분됐던 영역들이 한 공간에 모이거나, 연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떠한 아이템이든 연결고리가 점점 많아짐으로써 파급효과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적 파급효과도 뜻밖의 연결고리에서 커질 수 있다. 서울 지하철 운영사들의 적자에는 승객들이 스마트폰만 보는 탓에 지하철 내 광고가 판매되지 않은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하니 말이다.

기술과 소득의 향상은 당연히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보여주기식 소비나 따라하기식 소비에서 자신에게 보다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소비로 구매행태가 변화함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몇년새 각 산업 분야에서 내놓는 상품들을 보면 기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보다는 환경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디지털 시대를 화려하게 이끌었던 1세대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이나 신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기 위해 기존의 핵심사업까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술이 범용기술이 되면서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워졌고, 어떻게든 잠재고객의 시간을 오랫동안 점유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고서는 수익창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음은 조만간 거주나 관광 방식도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에만 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제주의 순유입 인구가 1만4257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주가 살고 싶은 도시로 부각되면서 자신이 원하던 삶을 실현시키기 위해 용기를 냈음에도 교통문제, 환경문제, 지가상승 등으로 온 도민이 거주만족도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라이프스타일산업의 중요한 목적인 자기만족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주라는 환경에 라이프스타일의 접목을 위해서는 우선 도민들의 삶의 질이나 거주만족도가 높아야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제주가 장수도시로 거론되고 있으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서는 의료서비스에 있어 광주(43.7점)와 전남(49.2점)과 함께 제주(49.5점)가 100점 기준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사는 만큼 유병기간도 길어 기본적인 삶의 질이 우려스럽다.

환경이 좋고 심적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 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 의료, 정보 등 원하는 것을 취하기 부족함은 일상에서도 흔히 느끼는 소외감이기도 하다.

이제 변화는 언제 왔다갔는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느끼고 눈치챌 수 있는 환경이 됐다. 따라서 주어진 변화를 거스르거나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 보다 변화를 적극 이용할 수 있는 민첩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에 적응하는 종만이 살아남게 된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때에 따라서는 기존의 방식을 지키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적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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