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째 지속되는 경제난에 대한 불만으로 아르헨티나 일부 국민의 약탈과 방화, 공공건물 점거, 사상자 발생 등 소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은 19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전국에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전날 일부지방에서 발생한 소요사태가 이날 더욱 과격한 양상을 보이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대통령궁에서 긴급 각료 및 주지사회의를 소집, 소요확산을 막기 위한 한시적 비상사태 선포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 정부는 집회 및 여행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있는 강력한 권한을 발동, 소요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진압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된지 수시간만인 이날밤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성명에서 “소요사태 배후에는 특정목적 달성을 노린 정치세력이 있다”며 “못 가진자와 난동 또는 폭력세력을 철저히 분리시켜 나가는 동시에 모든 정치세력와의 화합을 통해 난국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르헨 정부는 또 소요를 막기 위해 700만페소(미화 700만달러) 어치의 생필품을 소요지역 주민들에게 배급하는 등 주민 무마대책도 아울러 시행키로 했다.

연방 하원도 이날 델라루아 대통령과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에게 지난 3월 부여한 비상경제조치에 관한 특별권한 박탈안을 의결, 근로자와 연금생활자들의 예금인출을 제한한 정부의 이달초 은행예금 부분 지급동결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노총(CGT)은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경제난에 항의, 20일 파업에 들어가기로 선언함으로써 경제난에 이어 소요로까지 번진 아르헨티나 사태는 조만간 중대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델라루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는 1320억달러의 외채에 허덕이는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및 페소화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전국의 주요도시에서 약탈과 방화 등 소요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해진 조치이다.

연방경찰은 이날 하루동안 일부 주요도시에서 발생한 폭동사태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노조의 총파업을 계기로 산타페주의 로사리오 등 일부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발생한 소요사태는 금주들어 본격적이고도 과격화하기 시작했다.

18일밤 아르헨 북부 엔트레리오스주의 콘셉시온 데 우르과이와 콩코르디아에서 퍼마켓 등을 상대로 발생한 약탈사건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인근 산 미겔과산 이시드로, 모레노, 에스코바르, 라누스 등 상업도시와 멘도사주 등으로 번지면서진압경찰과 시위대간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로사리오시에서 재발한 약탈사건에서는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등으로 난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25세된 청년과 45세 가량의 여인 등 2명이 숨졌으며, 산타페주의 다른 지역에서도 15세 청소년이 상점물건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숨지는 등 모두 4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요가 발생한 지역에서는 근로자와 실업자를 포함한 빈민층 주민들이 도로변의대형 슈퍼마켓과 소규모 상점 등의 유리창과 셔터를 부수고 난입, 생필품을 닥치는대로 약탈했으며, 일부는 가전제품과 자전거 등 고가품까지도 마구 꺼내 달아나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시민들은 또 폐타이어에 불을 지른 뒤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우리에겐 직업도 없고,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살만한 돈이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난동자들의 약탈행위로 산 미겔시에서만 40여곳의 상점이 털리자 주요도시의 상점 주인들은 모두 가게문을 안에서 걸어잠그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날 델라루아 대통령과 카발로 경제장관의 출신지역인 아르헨중부 코르도바주에서는 성난 군중이 주정부 청사로 난입, 일부 사무실에 불을 지르거나 집기를 밖으로 내던지고 ‘카발로 퇴진’등의 구호를 외치며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3년8개월째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올들어 9번째 실시된 초긴축정책으로 월급과 연금이 13% 이상 깎인데다 예금지급의 부분동결, 높은 실업률 등으로 생활고가 가중되자 지난 13일 델라루아 대통령 취임이후 최대규모의 시한부 총파업을 벌였다.

아르헨의 실업률은 주당 근로시간 35시간 미만인 잠재실업을 포함, 35% 가량으로 치솟으면서 3천600만 전체 인구중 1천500만명 가량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아르헨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맞춰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등 내년 예산을 애초 490억달러에서 396억달러로 축소편성,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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