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민선 6기 무관심에 멍드는 제주농심

자유무역협정(FTA)체결 가속화와 '김영란법' 시행 등 제주 1차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제주도정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도청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한중 FTA 체결에 반대하고 있는 도내 1차산업 종사자들.

시장개방 가속화로 붕괴 위기…지역경제 근간 흔들려
경쟁력 강화 대책 추진 의지 미약·중앙 절충력도 한계
'김영란법' 시행 내수 위축 불가피…도정 '청렴'만 강조

자유무역협정(FTA) 가속화와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등 제주 1차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하지만 원희룡 제주도정의 대응은 농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제주경제 '양대 축' 옛말되나

제주 경제에서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4.9%(2014년 기준)로 전국 평균(2.3%)의 6.5배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1차산업은 관광산업과 더불어 제주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양대 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재의 수준을 유지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통계청 '2015 농림어업총조사'(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농가인구 수는 9만 3416명으로 2010년(11만4539명)에 비해 18.4% 감소했다. 충남(21.8%), 전남(19.4%)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3번째로 높다.

농가도 3만3491가구로 2010년(3만7893가구)과 비교해 11.6% 줄었다.

수산업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도내 어가인구는 2010년(1만4573명)보다 32.1% 감소한 9897명, 어가가구 수는 4120가구로 2010년보다 23.6% 감소했다.

농번기 등에는 일손 구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 1차산업의 위축·붕괴는 단순하게 제주경제 구조 재편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광·서비스 등 연관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경제 위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FTA 확대 농어가 먹구름

제주 1차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제주도정의 대응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확정, 시행하고 있는 한중 FTA 등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의 추진 실적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종합대책은 2020년까지 4조4941억원을 투자(융자 포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행 첫해인 지난해 투·융자 계획 5737억원 가운데 4965억원(86.7%)만 투자됐다. 또 올해에는 당초 투·융자계획 6967억원 가운데 5014억원만 확보됐고, 그마저도 6월말 투자실적은 2120억원(42.3%)에 그치면서 정책 추진의지가 미약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FTA를 잇따라 추진하면서 시장개방 가속화에 따른 제주 1차산업 피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영향분석 등의 후속조치가 전문, 효과적인 대응전략 마련에도 한계가 우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FTA 추진 현황은 발효 14건, 타결 2건, 협상진행 5건, 협상재개 여건 조성 4건,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 2건이다.

이 가운데 2012년 3월, 2015년 12월부터 각각 발효 중인 한미, 한중 FTA는 1차산업 등 제주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협상 단계부터 농어가를 중심으로 반발이 적잖았다.

하지만 한미, 한중 FTA가 발효된 지 4년과 1년이 지났지만, 제주도 차원의 영향분석이나 종합대책 추진 효과 검증 등의 후속작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정역량 '기대이하'

제주도정의 중앙절충력 역시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지난해 6월 제주도가 정부에 건의한 과제는 37건이다. 또 지난 3월에는 감귤 명품화 창조센터 건립 지원을 추가로 건의했다.

하지만 대정부 건의사항 38건 가운데 반영 또는 일부 반영돼 시행되고 있는 과제는 △6차산업화 지구 조성사업 지원확대(국비 30%→50%) △농업용수광역화 사업 등 13건(34.2%)이다.

하지만 해상화물 운송비 지원 등 18건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감귤 명품화 사업 국비 상향 및 별도계정 지원 등 6건은 반영 자체가 불가능, 도는 향후 추진과제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정부가 타 지역과의 형평성과 사업 타당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주도정의 건의를 수용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설득논리 개발 등 민선 6기 도정의 역량미흡도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한일 어업협상(2016년 7월1~2017년 6월30일)이 결렬되면서 일본측 배타적경제수역내 우리 어선들의 조업이 제한되면서 도내 갈치어선들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도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위축 '남의 일'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지자체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원희룡 도정은 '공직자 청렴'에만 매몰되면서 1차산업 피해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은 시장개방에 대응해 제주산 농수축산물 대부분이 '고품질·고부가가치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귤 중 최고급 브랜드의 백화점 판매가격은 이미 5만원을 넘었다. 선물용 수요가 많은 한라봉·천혜향 등의 소비 감소도 예상된다. 

등심 4㎏ 가격이 30만원 수준인 제주산 한우선물세트와 단일세트 가격이 10만원 이상인 옥돔 등은 포장비 등을 감안하면 상품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1차산업 비중이 큰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시장·군수들이 기준완화와 농수축산물 적용대상서 제외 등을 요구하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도 "도의회 차원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1차산업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제주도정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인터뷰 / 고문삼 전 농업인단체협의회장

"1차산업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이다. 원 도정이 얼마나 1차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냉철하게 볼 필요가 있다"

고문삼 전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은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제주감귤 값이 2년 연속 하락했다"며 "장·단기 대책을 적절하게 구분해 추진해야 하는데 규격 외 출하 등 즉흥적인 사업들로 농가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귤 농가들은 올해 10t을 감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원 도정의 규격 외 품목 출하는 이에 역행하는 것으로 농민들의 행정 신뢰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며 "이는 취임 초기부터 줄곧 협치를 주장하면서 정작 1차산업 관련 정책에서는 농가들의 의견 수렴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 "한·중 FTA가 체결됐지만 제주 1차산업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역시 소홀하다"며 "원 도정이 1차산업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1차산업을 위한 행정의 전문 인력 확대 역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고 전 회장은 "제주지역의 1차산업 비중은 17.5%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귀농·귀촌인구 역시 늘고 있지만 농업직공무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읍·면·동의 산업계장 대다수가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다. 이들이 농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지 자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제주 1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민들과의 소통·협력이 중요하다"며 "행정은 장·단기 계획 추진에 앞서 농가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 신뢰도를 높여야 하며, 도의회 역시 농민들로부터 수렴한 의견들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남·경북 시장·군수 결의문 채택 
농수축산물 제외 요구…정부도 대책 마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1차산업 위기론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도외 지역 시장·군수 협의회 등이 잇따라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농수축산물을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 기관 및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영란법 영향 최소화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농림부는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간 농축산업 분야 피해가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전라남도 시장·군수 협의회(회장 박병종 고흥군수)는 지난달 25일, 경상북도 시장·군수들은 지난달 8일 각각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수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전남·경북 시장·군수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농수축산업은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 같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정치권에서도 김영란법의 식사·선물 가격 상한 기준인 3만원, 5만원을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각각 5만원, 10만원으로 올리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한편 원 희룡 지사는 '공직자 화분수령 금지령'을 내리는 등 도내 농어업인의 고충 해소에는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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