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 '섬 속의 섬' 우도 차량총량제 유명무실

사진=변미루 기자

우도 도항선 승선때부터 차 밀려…승객들 '짜증'
공영버스 2대뿐…좁은 도로에 렌터카 정체 심각

지난 12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성산읍 우도도항선 선착장. 내리쬐는 퇴약볕에 그늘조차 없는 주차장에서 차량 수십대가 우도로 가는 도항선을 탈 순번만 기다리고 있다. 1시간 가까이 기다리며 지친 운전자들은 주차요원에게 불만을 토해낸다. 무더위 속 차량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먼저 출발하는 배를 바라보며 부러운 표정을 짓는다.

관광객 홍모씨(38·부산)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여행을 왔는데 우도 대중교통이 불편하다고 해서 렌터카를 가져가고 있다"며 "선착장에 도착해서 한 시간 넘게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날도 덥고 아이들도 너무 힘들어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20여대의 차량들이 하나둘 도항선으로 진입했다. 기다리던 관광객들도 연신 부채를 흔들며 배에 올라탔다. 10여분만에 우도에 배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차량과 함께 우르를 빠져나갔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검멀레 해변'으로 가는 길은 차량 2대의 교행이 불가능한 폭 4~5m의 좁은 도로가 이어졌다. 골목길에서 렌터카와 맞닥뜨리자 상대방이 후진할 때까지 버티는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결국 한 차량이 후진해서야 상황이 풀렸다. 비좁은 차량 사이로 스쿠터와 사륜차(ATV)가 쏜살같이 내달렸다. 아슬아슬한 곡예주행을 보고있으면 사고라도 날까 가슴이 철렁했다.

비슷한 시각 서빈백사 주변은 극심한 차량 정체로 아수라장이나 다름 없었다. 물놀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주변 도로가 마비됐다. 차선조차 없는 도로에서 전세버스가 무리한 유턴을 시도하자 주변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비좁은 도로에 전세버스와 탐방객 렌터카, 스쿠터와 사륜차, 여기에 우도 주민의 차량까지 뒤섞이면서 우도는 말 그대로 교통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이날 하우목동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40분이 넘도록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무더위에 지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도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영버스는 단 2대뿐이다. 연간 탐방객 200만명의 명성에 비하면 턱없이 열악한 대중교통체계다.

멋진 풍광과 시원한 바다를 떠올리며 관광지를 찾은 이들이 혼잡한 교통상황 때문에 사고를 당하는 일도 많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우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82건, 부상자는 125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는 21건의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인터뷰> 송규진 (사)제주교통문화연구소장 인터뷰

"점진적으로 외부 차량의 진입을 전면 금지하고, 우도에서 움직이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해야 한다"

송규진 (사)제주교통문화연구소장은 "차량총량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행정에서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며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차량총량제를 연중으로 운영, 유입량을 점차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열악한 대중교통을 확대해 관광객들이 차를 가지고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좁은 도로폭으로 인한 차량 정체와 안전문제도 도로 확장이 아닌 엄격한 차량 억제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민 차량과 마을버스까지 모두 전기차로 전환해 청정한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주민들로 구성된 우도사랑협동조합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기버스 운영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대중교통 활성화와 지역사회 수익 환원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도는 스쿠터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고 나가는 섬이 아니라, 버스나 도보로 직접 체험하는 슬로우 시티가 돼야 한다"며 "외부적으로 차량 진입을 막고 내부적으로 대중교통을 늘리는 정책을 도입한다면 2025년엔 탄소 없는 우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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