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극복을 위한 거국연정 구성을 야당에제의 했다가 거부를 당한 페르난도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 사임안을 제출한 뒤 임기 2년을 남겨놓고 중도 사퇴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의 사임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전국 각지방의 소요 사태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임안에 서명한 뒤 팩스로 의회에 사임안을 제출한 직후 미리 대기시켜둔 헬기편으로 카사로사다 대통령궁을 떠났다.

집권 급진시민연합(UCR)의 카를로스 마에스트로 상원의원은 "델라루아 대통령이 제의한 거국연정에 제1야당인 페론당이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경제난과 소요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키로 했다"고 전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의 사임안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발효하며, 의원들은 사임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델라루아 대통령의 사임절차가 끝나면 현재 부통령이 공석이기 때문에 헌법이 정한 대통령직 승계순위에 따라 라몬 푸에르타 상원의장이 국가통수권을 인계한다.

그러나 푸에르타 의장이 제1야당인 페론당 소속이어서 페론당이 사실상 정권을 다시 장악한 셈이며, 곧 조기 대선과 총선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페론당은 이날 연정참여를 거부한 뒤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하고 이를 서면으로 대통령에게 회답했다. 또 페론당 출신 주지사들도 대통령궁에서 이날 소집된 긴급주지사회의를 거부한 채 델라루아 대통령의 통치력 상실을 주장하며 하야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카사 로사다 대통령궁에서는 연정불참으로 야당의 입장이 최종 정리되자 사임안과 사임 연설을 함께 준비했다.

델라루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극심한 경제위기로 위한 소요사태가 확산하고 내각이 총사퇴하자 위기수습과 국민화합 차원에서 페론당에 거국연정 구성을 제의했다.

한편 대통령궁 앞 시위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소요와 약탈사태 등으로 이날까지 전국에서 최소 22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극렬시위 가담자 2천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궁 부근 `플라사 데 마요(5월광장)"과 `아베니다 데 마요(5월대로),`누에베 데 훌리오(7월9일 대로)"의 오벨리스크탑 등에서 벌어진 과격시위와 폭동진압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부상했다.

빈민층과 근로자, 연금생활자 등 성난 군중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전날 델라루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와 진압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부터 대통령궁을 인근에 둔 5월광장으로 몰려들어 `델라루아 퇴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대형상점에서는 약탈행위가 빈발했다.

총 800만 근로자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노총(CGT)은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지하철과 철도도 부분 마비상태에 빠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지하철 운영회사 메트로 비아스는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한편 미국의 폴 오닐 재무장관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를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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