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얼굴을 알아 봐서 경쟁업체 매장에는 ‘쇼핑’하러도 못 간다”
상습 좀도둑이나 할 것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모 대형할인점 영업담당 과장.

기획전 등 각 할인점이 특가(特價) 행사를 펼칠 때 인근 경쟁점 바이어가 총 출동하다시피 해 가격정보를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납품업체에 해당상품을 매장에서 빼줄 것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 초저가로 제공되는 ‘미끼 상품’관련한 민원에 해당 매장 직원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정보전, 하루가 짧다”=모 매장 신선식품 담당 바이어는 아침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연다. 실시간 바뀌는 경락가격을 확실히 파악해야만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

새벽 3~4시부터 시장을 돌며 상품을 고르고 폐장 후에는 그날의 판매현황까지 파악하는 것은 기본. 특판행사 등이 있을 때는 밤샘근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심심치 않게 재래시장이나 경쟁업체를 돌며 주력 품목이나 가격을 비교하는 것도 일과 중 하나. 폐장 직전이나 매장별로 예정 없이 실시하는 ‘깜짝 세일’가격까지 파악한다.

경쟁사 직원과 자연스레(?) 안면을 트게 될 때쯤이면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친척, 친구 등을 총동원해 가격 정보를 얻는다.

제주뉴월드마트도 가격정보만을 수집하는 전담직원이 있다. 전담이라고는 하지만 한달에 한번, 심지어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바뀌기 때문에 누군지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저가격보상제=할인점의 치열한 정보전은 ‘최저가격 보상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도내 타 매장에서보다 가격이 높을 경우 ‘영수증’만 제시하면 두말하지 않고 차액의 두배 가까이를 보상하지만 점포당 지급액은 월 8만∼9만원 이하.

경쟁업체 끼리 가격을 담합하지 않는 이상 최저가격보상제는 제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행사 관련 정보에서부터 광고 전단지까지 ‘기밀사항’으로 취급된다.

점포당 진열 상품 수가 만만치 않은 만큼 일일이 가격을 살펴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전단을 통해 나가는 게 주로 라면· 분유·기저귀·배추·무 등 소비자가 민감한 품목들이어서 광고 전단은 핵심 점검대상이다.

기획전을 때 상품 섭외 등의 정보는 같은 회사라도 직접 관련이 없는 직원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

한 매장 관계자는 “‘상품’에 대한 민원이라도 발생하면 경쟁업체와 관련은 없는지 확인하게 된다”며 “할인매장이 늘어나면서 일거리도 늘어난 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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