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위기로 내몰린 이유는 자국의 실질적인 채무부담보다는 채권자들이 요구하는 막대한 이자 지불 부담 때문이라고 분석가들은 말하고 있다.

제네바 국제대학의 샤를 비플로스 경제학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채무는 그다지 과도하지 않은, 적당한 규모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채무 규모가 아니고, 문제는 그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있느냐 여부다”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채무액은 1320억 달러(1470만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6%로서, 유로화 지역 국가들에 대한 GDP대비 채무 한도 6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비플로스 교수는 “2개월 전까지만 해도, 문제는 페소화와 달러화간의 평가가 아니라 공공채무라는 것이 경제전문가 대다수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이제 바뀌었다. 진정한 문제는 환율이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1991년 당시의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의 주도 아래 인플레를 잡기 위해 자국의 페소화와 달러화의 환율을 1대1로 설정했다. 지난 3월 복귀한 카발로 장관은 페소화의 과대 평가가 아르헨티나 경제 추진력을 억압하고 있다는 징표에도 불구하고 19일 사임할 때까지 기존의 환율 설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1대1 환율의 고정이 “아르헨티나를 달러화의 십자가에 못박았다”고 비판했다. 또 경제학자 올리버 블랭카드 씨는 아르헨티나가 자국과 전혀 다른 경제체인 미국의 달러화와 동일한 환율을 설정한 것은 “논리에 대한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달러-페소 평가에 대한 신뢰가 상실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위험에 따르는 할증률을 높여왔다. 비플로스 교수는 “페소화로 차관을 제공한 은행들은 페소화 붕괴를 염두에 두고 아주 높은 위험 할증률을 적용해 왔다. 이 은행들은 페소화가 단기간에 붕괴하지 않은 덕분에 많은 이윤을 챙겨 왔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금년 들어서만 다섯 번째로 부채 상환과 관련한 예산안을 편성해 의회에 넘길 예정이다. 카발로 전 장관은 국가 채무불이행이라는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국가 채무의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벌여 “국내적으로선 금리 인하 협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금리는 그렇게 많이 낮추지 못했다”고 비플로스 교수는 말했다.

미국의 저명한 연방준비은행 산하 은행장 가운데 한 사람인 로렌스 메이어씨 같은 전문가들도 해외 자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아르헨티나를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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