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백훈 성균관대 초빙교수·철학박사·논설위원

OECD국가 중에 우리나라는 문맹률(文盲率)이 최저이나 높아야 할 문해율(文解率)도 낮은 수준이라 씁쓸하다. 한글로 국민이 쉽게 글을 배우지만 한자(漢字)를 몰라 문장을 해독(解讀)하는 능력이 외국과 비교해서 낮다는 것이다. 필자도 한글세대라 한자를 배우지 못한 것에 억울함이 있다. 

한국어는 한자어(漢字語)가 70%이상이고,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가 많기 때문에 한글로만 표기하면 암호(暗號)로 의사소통(意思疏通)하는 식이다. 그러면 암호 풀기에 시간이 걸리고 의사전달(意思傳達)이 정확하지 않게 된다. 문장 속에 담긴 정확한 의미를 이해해야 하기 보다는 눈치로 대강 때려잡는 것이다. 

한자 병기(倂記)가 추진되고 있지만 한글전용(專用)을 주장하는 쪽에서 반대가 심하다. 그런데 반대 시위(示威)현장에서 현수막 내용을 보면 '한자병기결사반대'로 한자어가 100%이다. 한글전용(專用)이 마치 애국적(愛國的)이고 민족적(民族的)이라는 오해가 있다. 냉철히 보면 반민족적이다. 왜냐하면 민족의 발전을 저해(沮害)하기 때문이다. 

한글전용(專用)은 게으른 사람들에게 솔깃한 논리이다. 자기만 편하게 하려는 사람에게는 컴퓨터로 문장을 작성하다가 한자(漢字)를 치려면 자판(字板)을 추가로 더 조작해야 하니 그것이 싫고, 한자를 쓸려면 정확해야 하니 자신없고 귀찮아서 그냥 쓰자는 수준의 사람에게는 그저 좋기만 한 논리(論理)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상대, 즉 독자(讀者)를 존중하고 배려함이 부족한 것이다. 말과 글은 말하고 쓰는 사람의 뜻 보다는 듣는 사람 또는 보는 사람이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면 이제는 한글 전용이 주는 불편한 진실을 인식하고 병기(倂記)에 공감(共感)할 때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한자어(漢字語)를 이해하는 중일(中日) 관광객(觀光客)이 많고, 중국어 간판이 늘어나며, 세계 인터넷 상에서 주류(主流)를 이루는 언어(言語)는 한자(漢字)와 영어(英語)라는 것과 우리 의 역사 95%의 기간이 한자로 쓴 문자역사(文字歷史)이라는 것, 이 보물 창고의 열쇠인 한자를 모르면 역사를 포기하는 것 이라는 여론(輿論)이 커지고 있다.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비유한 말이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수박 겉 핥기'나 같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역사(歷史)와 전통(傳統) 문화(文化)의 정확하고 깊은 속 뜻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는 한자어에 대한 이해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수박의 맛있는 속을 먹게 해주지 않으면 일본(日本)을 비롯한 경쟁국에 비해 학문(學問) 성취(成就)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피로연의 뜻, 주말은 피로연(披露宴) 참석이 일상(日常)이 됐다. 피로연의 뜻은 '결혼과 생일을 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를 잘 모른 학생들은 신랑·신부가 피로해 위로하는 잔치라고 눈치로 해석하고 있다. 속 뜻은 연인(戀人)끼리 몰래 데이트 하다가 날짜를 잡아 결혼하게 되니 부부(夫婦)가 됐다고 피력(披瀝:알리다)하고 노출(露出:드러내다)하는 것이 목적인 잔치다. 

그러니 축하해주고, 혹시나 제3자가 짝사랑하고 있다면 포기하고, 앞으로도 혹시 미혼 인줄 알고 연애·작업 걸지 말라는 뜻도 있으니 한자(漢字)의 유용(有用)에 괴력(怪力)같은 효과가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뜻, 훈민정음(訓民正音)해례본에도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이제 최고의 소리글자 한글과 최고의 뜻글자 한자를 병용(倂用)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문명국가 대한민국을 세종대왕도 간절히 원할 것이다. 

별도로 한자공부를 할 필요없이 세종대왕처럼 한자 병기(倂記)를 신문, 방송에서 노출(露出)하면 된다. 그러면 독자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쉽게 검색하고 익힐 수 있다.

독자를 존중 배려하는 언론이라면 앞장서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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