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연자원 넘어 '제주'와 한 호흡 존재감 담아
'경외할 뿐 가서 살피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일침도

한라'삶'을 산 사람이 있다. '한'이란 단어만 듣고 바로 '산'을 외친다. 때로는 어린 자식을 보듬듯 때로는 연로하신 어머니의 자리를 살피듯 한라산 곳곳을 기억하고 채우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한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얘기다. 아직 직함이 입에 안 붙는 걸 보며 20여년의 기자 경력과 14번의 개인 사진전에 보태 한라산세가 보통 이상인 때문이다.

그가 내민 「한라산 이야기」는 감히 상서롭다. 단어 하나, 행간 하나에 땀이 어린 탓이다. 한라산 얘기로 며칠 밤을 새울 수 있을 만큼이니 여기에 토를 다는 것은 무의미 하다. '신의 영역'을 오가며 품었던 것들은 비단 무용담 같은 것만은 아니었다. 한라산의 자연자원과 인문자원, 그 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한 데 뭉쳐 '신화'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다. 

담담하게 정리했지만 '한라산'을 경외할 뿐 가서 제대로 살필 생각이 없는 이들에 대한 일침이 따끔하다. 책만 놓고 보면 꼼꼼하게 옛 문헌 기록을 정리하고, 한라산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 열 일 제치고 뛰어가 기록하고 담은 사진과 취재수첩으로 현장감을 더했다. 2003년 「한라산」과 2006년 「한라산등반개발사」(공저) 등 처음 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동안 한라산과 관련한 글을 쓰며 느낀 감흥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덕분에 책장을 여는 순간 이내 공손해진다. 1900년대 초반 한라산에 올랐던 이방인들의 입에서 '한라산이 제주도'라는 얘기가 나왔던 일도, '까마귀'의 신출귀몰한 흔적들이 무속신앙에서 시작됐고, '까마귀 모른 식게'를 지나 '??름 까마귀'(나비박사 석주명의 제주도수필)로 이어졌으며 지금은 등산객의 배낭을 넘보는 존재가 된 긴 사연까지 마치 처음인 듯 낯설게 다가오는 활자들이 반성을 부른다. 

행여 그런 마음마저 흘릴까 책머리에 '한라산 선배'의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라산을 다니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등산객 중 수많은 분들이 한라산에 대해서는 모르고 그저 등산의 대상으로만 한라산을 찾는다는 것이다…아는 만큼 본다는 말이 있다. 한라산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소중함, 나아가 보호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눈꽃출판사,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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