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개최된 지 4년이 지났고 올해 9월에는 하와이에서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4년 전 우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쳐 온 힘을 쏟았고 행사 기간 많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자원봉사하면서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수많은 세계 환경전문가들이 제주를 찾았으며 그들로부터 제주환경에 대한 좋은 조언과 격려를 받았다. 제주형 의제가 채택, 제주선언문 발표와 더불어 제주환경의 미래가치에 대한 전 지구인의 성원이 밀려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세계자연보전총회에 대해 생각하는 이유는 성공적인 총회개최에 따른 여러 가지 결과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에너지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토록 제주의 미래가치에 대한 열정과 바람이 최고조에 달하기는 없었기에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약속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반성하고 다짐하자는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총회 개최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은 세계환경수도 조성사업이었다. 유네스코 환경과 문화에 대한 보호제도인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의 인증과 국제 람사르협약에 의한 습지지정은 세계환경수도 조성을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이 됐으며 제주가 갖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이제는 세계환경중심도시로 방향과 목표가 수정돼 추진하고 있지만 도민의 마음에서는 점차 멀어지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나마 용암 숲 곶자왈의 체계적인 보전사업은 곶자왈 보호구역지정을 위한 실태조사의 진행으로 얼마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 사업 역시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약간은 암담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하논 분화구 습지 복원사업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많은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세밀하고 체계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지금도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해녀와 관련한 세계복합유산 등재사업은 지속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기대치에는 약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4년 전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우리가 약속했던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뒤따라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지방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의 수립과 집행 그리고 인력과 예산 같은 모든 사항을 도민에게 맡기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르더라도 끝까지 지켜보고 응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는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채택한 제주형 의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도민 대토론회를 실시해 도민이 추진하는 운영체제 구성과 추진의제 설정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것이 우리가 현재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들이라 하겠다.

아울러 쓰레기문제, 교통문제 등 제주가 안고 있는 현안들도 모두 도민의 지혜를 모으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큰 틀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가 세계 환경중심도시로 나아가는데 커다란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제주의 미래는 도민의 참여와 노력으로 이뤄진다는 비전을 제시해 도민에게 많은 권리와 의무를 갖도록 해준다면 어렵고 힘들어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확신한다.

행정의 중심에서 도민의 중심이 돼야 할 많은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며 그래도 중요한 일은 잊지 말고 살아야 하는 게 우리의 도덕적인 의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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