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2일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침범한 후 도주한 괴선박을 추격전 끝에 선체사격을 가해 침몰시켰다.

이날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기관포 사격을 받아 침몰한 괴선박은 북한 공작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22일 밤 10시 13분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 오시마(奄美大島) 북서쪽으로 390㎞ 떨어진 중국측 EEZ 내에서 도주후 정지하고 있던 괴선박과 교전을 벌였으며, 괴선박은 침몰했다.

교전과정에서 괴선박의 선원 2명이 자동화기로 공격을 가해 순시선 `아마미"에타고 있던 해상보안관 2명이 부상했다.

괴선박의 선원 15명은 구명복을 착용하고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23일 오전 현재까지 행방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일본 언론들은 23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 ▲자폭의 수법으로 배를 침몰시킨 뒤전원 바다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지그재그로 도주한 수법 ▲선체의 모양▲일본 순시선을 향해 사용한 총의 유형 등을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방위청측은 이번 사건발생후 출동한 P3C 초계기가 촬영한 괴선박 사진에 대한 분석결과, 선박의 형태가 어선과 닮아있지만 어구가 거의 없는 점이 확인돼 지난 1999년 3월 일본 영해를 침범했던 북한 선박과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괴선박은 선체 좌현에 `장어(長漁) 3705"라고 표시가 있었으며 어선처럼 보이지만 어구 대신 위성안테나 등과 같은 정찰장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99년 북한 괴선박을 비롯해 북한 공작선은 엔진 2개를 탑재해 35노트 정도의 고속항행을 하는데 반해 이번에 침몰한 괴선박은 최고 15노트 정도 밖에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이 괴선박에 선체사격을 가하기는 지난 1953년 홋카이도(北海道) 앞바다에 출몰한 옛 소련의 스파이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정당방위 차원에서 자동소총을 발사한 이후 48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일본이 추적중인 괴선박에 기관포를 발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측 EEZ내로 들어가 괴선박에 선체사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정당방위 여부를 둘러싼 합법성 시비가 일 것으로 보인다.

해상보안청측은 일단 "괴선박의 공격에 응전한 것이기 때문에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직후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부장관은 괴선박의 침몰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지만 괴선박 선원들이 고의로 선체를 침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괴선박은 이날 오전 6시20분께 아마미 오시마 서북서쪽 224㎞ 떨어진 해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의 추격을 받아 오후 4시께 위협사격에 이은 20㎜ 기관포 공격을 받았다.

괴선박은 순시선의 기관포 공격으로 갑판에 불이 나 잠시 멈췄으나 곧 불을 끄고 중-일간 EEZ 중간선을 넘어 도주했다. 괴선박은 추격을 받는 과정에서는 4차례정지, 도주를 반복했다.(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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