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범 제주시 부시장

제주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제주에 사는 사람,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 모두 바로 자연이라고 답할 것이다. 도민 여러분이 제주의 미래비전으로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요즘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말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기저기 넘치는 클린하우스 쓰레기는 물론 해안가 쓰레기, 그리고 불법쓰레기 투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선 쓰레기 문제가 왜 심각한지 짚어보자. 인구, 관광객 및 건축경기 활성화 등에 따라 제주지역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1일 1.73㎏으로 전국 1위이다. 그리고 제주시 지역 쓰레기 배출량은 1일 825t에 이른다. 2015년 581t에 비하면 40%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쓰레기 발생량이 급증하면서 현재 제주시의 인력과 시설 등을 다 동원해도 처리하는데 한계를 맞고 있다. 쓰레기 처리시설은 노후되고,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2018년 새로운 매립장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지금 이 시설로 어느 정도 버텨야 한다. 새로운 매립장이 들어서도 지금과 같은 쓰레기 증가 추세로는 조기에 포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2018년까지는 현재의 소각장과 매립장을, 2022년까지는 현재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소각장의 1일 처리용량 한계로 매일 90여t의 소각용 쓰레기가 쌓이고 있고,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또한 용량이 한계에 다다르며 후숙처리, 음식물폐수 등 악취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6년 하반기에 당장 필요한 예산만 120억원 정도에 이르고 있다.

쓰레기 처리는 배출과 수거, 처리과정으로 나뉜다. 쓰레기 수거는 육지부에서 하는 자기 문 앞에 갖다 놓으면 수거해 가는 문전수거방식과 제주도와 같이 거점별 수거방식인 클린하우스 방식이 있다.

요즘 제주의 클린하우스는 몸살을 앓고 있다. 박스가 넘치고 공병과 캔,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이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종량제 봉투를 열어보면 들어가야 할 쓰레기보다는 들어가지 말아야 할 쓰레기가 더 많다. 목재, 폐비닐, 플라스틱, 음료수병 등의 내용물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쓰레기들은 처리과정에서 기계 고장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선별인력과 차량 등을 추가 투입케 하는데 이는 모두 도민세금으로 충당된다. 음식물쓰레기에도 숟가락, 냄비, 놋쇠 등 들어가서는 안될 것들이 들어가서 파쇄기를 부러뜨리기 일쑤다. 시민들이 분리배출에 무관심하거나 모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쓰레기 정책의 핵심은 쓰레기 배출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시민들의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제주시장은 쓰레기시장을 자임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쓰레기를 직접 치우는 일에 나서며 주민을 위하여 봉사할 고귀한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 배출단계에서 쓰레기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 수는 없다. 그래도 믿을 것은 시민의 양심이다. 지난 월요일 시민들이 참여하는 쓰레기 줄이기 100인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실천가능한 아젠다를 시민들 스스로 정하고 시민운동으로 확산해 나가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게 된다.

100인의 외침이 65만 제주도민과 1300만 관광객들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작은 시작, 작은 성공(small win)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도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관심과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디에 쓰여지는지 알고 나면 지금 바로 클린하우스나 쓰레기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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