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현 제주국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끝이 보이지 않던 무더위가 지난 주말께 한풀 꺾이며 그리웠던 선선한 가을바람의 기운이 아침·저녁으로 느껴진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길어 이보다 더한 해는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지난 1961년 기상관측 이래 올해가 두 번째로 더운 해라고 한다. 불과 몇 년 전인 2013년이 가장 무더운 해라고 하니 사람은 역시나 망각의 동물인 것 같다.

이처럼 최근 들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기록이 계속해서 깨지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보건, 산림, 물관리, 생태계, 농업, 해양수산, 재해분야 등 인류의 삶과 관련해 전 지구적으로 다양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필자는 소방방재공학 전공자로서 재해분야에 초점을 맞춰 몇 자 적어본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분야에서의 위험성은 4가지 항목인 홍수, 폭염, 폭설, 해수면 상승에 따른 기반시설의 취약성으로 평가된다. 

최근 연구된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형 안전도시 구축방안 연구(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 임채현 외, 2015.)' 결과에 의하면 2000년대부터 2050년대까지 서귀포시의 경우 모든 항목(홍수, 폭염, 폭설, 해수면 상승)에서의 취약성 지수가 232개 기초지자체 중 상위 25%에 해당하는 '매우 취약' 범위에 포함됐으며 제주시의 경우도 폭염, 폭설, 해수면 상승은 '매우 취약' 홍수만 한 단계 낮은 '취약'으로 분류돼 기후변화가 제주도의 재해에 미치는 영향은 타 도시에 비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약성을 평가하는 취약성 지수를 살펴보면 평가기간인 2050년대 까지 폭설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재해의 위협은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재해관점에서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학자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필자는 취약성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적응 및 대응책 마련을 요구한다.

최근 제주도는 국내 'Heal-Being'(Healing and Wellbeing) 열풍에 힘입어 최고의 주거도시로 각광을 받아 이주민 유입이 지속되고 있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의 급증으로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향후에도 신공항, 관광단지, 주거단지 등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으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과 한 차원 높은 품격있는 안전 도시로서의 성장을 위해 지금까지 막연한 미래의 일로 여겨져 왔던 기후변화가 도시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적용의 일례로 앞에서 살펴본 홍수의 취약성을 보면 제주시의 경우 '취약' 서귀포시는 '매우 취약'이지만 읍·면·동 단위의 연대별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는 제주시 동·서부권역에 분포됐던 취약지역이 미래에는 제주시 동부권역의 구좌읍 및 조천읍 그리고 서귀포시 남원읍과 시내지역에 취약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단지의 입지선정이나 기반시설 구축과 미래 기후변화 취약성을 사전에 검토·반영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능동적인 안전도시를 구축하는데 활용될 수 있으며,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관광도시의 경쟁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도시의 경쟁력은 안전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서 집중 보도되고 있는 전염병, 지진, 테러 등이 세계의 관광지도를 바꾸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괜찮았기 때문에 미래에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이제는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는 기상이변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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