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작가 '사월꽃비'
제주4.3, 월남전 등 다뤄

2010년 당시 20대 정종훈 감독이 '꽃비'라는 독립장편영화를 내밀었다. 4.3을 다룬 영화에서 꽃비는 '아름다워 더 슬픈' 제주의 4월과 현대사 굴곡 속 아픈 상처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담았었다.

2009년 '탐라의 사생활'로 '김만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풀어냈던 충남 출신 조중연 작가의 '사월꽃비'는 희생이란 이름 뒤에 숨은 잔인함과 비루한 현실을 풀어 헤친다. 무슨 의도가 있었나 보다는 이념 대립의 참상은 어떤 말로도 미화될 수 없음을 짚어냈다.

제주 4.3과 월남전. 역사적 사건이란 큰 그림을 걷어내면 지극히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로 점철된 것들이다. 그것도 4.3당시 공공의 적이었던 '서북청년단' 출신 경사와 항쟁 세력, 한국군과 베트남 민족해방전선 경험자들이다. 각각의 위치에서 나름의 당위성을 가졌던 이들은 하나같이 '비극'을 충족시키는 조각들이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무대 뒤 무명천 같은 대형 스크린에 영상이 올라왔다. 거대한 영화관에 나 혼자만 관람객으로 들어앉은 것처럼 썰렁'하고 낡은 영사기가 털털하고 가쁜 숨을 토해낸다. 도서출판 각. 1만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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