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제주도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국제회의, 국내회의, 세미나, 강연, 공연 등)들이 곳곳에서 개최되는데 이때 관객동원이 문제가 된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행사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참석률이 자신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제주 사람들은 이렇게 귀중한 내용을 왜 들으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인물들이 제주를 찾아온다.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유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역시 각종 행사에 관객동원(자발적, 비자발적)이 문제로 등장한다. 

제주 사람들은 눈높이가 높고 귀도 고급이다. 그래서 정말 웬만한 인사가 아니면 자발적인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을 잘 모른 채 제주를 찾는 외부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유명한 데, 이 좋은 기회를 놓치는가'라고 생각하며, 좀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이와 같이 중요한 행사(세미나, 회의, 예술 프로그램 등)에 참석하는 비율이 저조한지를 이상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제주 사람들의 수준이 낮은 게 아니냐며 타박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정말 우리를 모르는 소리다.

제주도 내에서는 지리적으로 이동 거리가 짧다고 볼 수 있는데,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1시간 걸리는 거리는 멀다고 여긴다. 외부인들은 제주 사회의 이러한 정서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제주에 와서 사는 도외지역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제주를 정말 섬으로 인식하고 생활하지만 제주에서 일정 기간 살다 보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자신들이 1시간 전후 거리는 멀다고 여길 때 '나도 제주 사람이 다 됐구나'는 하는 척도가 된다는 말이 있다.

각종 행사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동일한 사람이 여러 행사에 중복 참여하게 되면서 눈높이와 만족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명한 인사가 제주에서 어떤 행사를 한다고 해도 극적인 쏠림 현상이 덜할 수도 있다.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명강사와 강연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 편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제주의 이러한 실정을 잘 모르고 국내의 저명한 인사가 제주에서 강연한다면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중앙에서 내려다볼 때 제주는 저 멀리 바다 건너 있는 조그마한 섬이고 다양한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곳이라는 생각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수도권에서의 인지도라면 제주에서는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있는데 기대는 기대로 끝나야 할 것이다(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너무 크니까).

이 시점에서 우리들의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내용으로 행사하더라도 그것은 필요한 사람들만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관객 수에 연연하지 말고 소규모 행사로 진행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전시와 공연(예술 장르별) 등을 상황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 시각은 예술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행사에 적용된다.

각종 행사 시 많은 인력을 모아놓고 보여주거나 전달하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최 측의 바람일 뿐이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아직도 계몽주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제 관객동원, 양보다 질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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