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는 23일(이하 현지시간)대외부채 상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가 지고 있는 외채는 국채 발행분 950억달러를 포함해 지난 6월말 현재 모두 1천320억달러이다.

아르헨의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 대통령이 밝힌 부채상환 중단이 다국적 채권단이 빌려준 것까지 포함하는지 여부는 확실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외채가 상환중단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렇게될 경우 사상 최대 규모의 외채상환 중단이 된다. 지금까지 규모가 가장 컸던 상환 중지는 러시아가 지난 96년 선언했던 400억달러였다.

사아는 이날 의회에서 찬성 169표 반대 138표로 임시 대통령에 선출된 후 연설에서 페소-달러간 1대 1 고정환율제(페그)를 당분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제기돼온 페소화 평가절하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아는 내년 3월 조기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까지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

그는 "아르헨이 외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환을 중단하는 것 뿐"이라면서 여기서 확보되는 재원으로 100만명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난 극복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아 임시 대통령은 이어 아르헨이 공식 사용해온 페소 및 달러 외에 `제3의 통화"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방 정부들이 지난 6개월 사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일부 발행해 사용해온 5년짜리 `채권"과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통신 블룸버그는 이것이 현재 11억달러 규모로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긴급식량지원 프로그램 운영 ▲현재 10명인 각료를 내무.외무.노동만 남기고 모두 폐지 ▲대통령전용기 및 관용차 매각 ▲공무원 휴가중지 ▲대통령을 포함한 전공무원 봉급 삭감.동결 및 ▲폭동 피해상가 보상도 발표됐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재무부는 아르헨의 이번 비상책에 대해 즉각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전문가들도 26일 아르헨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해야만 페그제 유지가 가능할지 여부가 확인될 것이라면서 "중단기적으로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IMF가 얼마나 신속하게 아르헨에 대한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양측간 협상재개 시기에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관계자는 경제전문통신 다우존스에 "이번에 선언된 외채상환 중지가 이미 예상된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파를 주고 있지는 않다"면서 "페소화 평가절하조치가 취해지더라도 금융시장에 대한 파장이 파국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도 "제3의 통화를 유통시킬 경우 기존의 페소와 달러에 방해가 될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르헨의 경우 채무불이행이 러시아에 비해 복잡.미묘한 성격이라면서 수천개의 연기금과 채권투자자들이 연계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BC 방송은 IMF가 아르헨을 공개적으로 지원할 것 같지 않다면서 아르헨의 경우국민의 상당수가 모기지(저당)를 쓰고 있으며 기업과 농가에 달러 부채가 많기 때문에 페소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실질적인 채무가 더 늘어난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페그제를 고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이것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따라서 26일 아르헨 은행들이 영업을 재개한 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가 관건이라고 방송은 거듭 강조했다.

아르헨은 올들어서만 외환보유고의 42%인 110억달러가 중앙은행 금고에서 빠져나갔다. 페소 평가절하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달러로 환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이후 외채 원금.이자 상환에 약 230억달러를 지출한 것도 이나라의 금융난 심화를 부채질했다.

이에 따라 앞서 고육지책으로 외채 구조조정을 발표했으며 차환 발행되는 새 국채의 이자율을 내년 4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이번에 파국을 맞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블룸버그.AP=연합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