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논설위원

서귀포에 사는 이경혜씨는 털실을 이용해 감귤 모양의 수세미를 짜는 재주가 좋다. 하나씩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곤 하는데 받는 사람마다 신기해하며 어떻게 만드냐고 묻는다.

종달리에 사는 고미경씨는 제주 자연산 톳으로 조청을 만드는 고유 기술을 갖고 있다. 암 투병 중 칼슘 섭취를 위해 식품을 연구하다 톳의 효능을 알게 된 고씨는 톳을 이용해 조청을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톳청을 먹다 보니 건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 고씨는 직접 만든 톳청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고씨의 톳청을 먹어본 사람들은 그 효과를 체험하며 만드는 법을 물어오기 시작했다. 일일이 가르쳐줄 수 없었던 고씨는 결국 지난해부터 '톳청' 상품화에 나섰다.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는 지난 2일부터 매주 금·토요일 이경혜씨나 고미경씨가 가진 재주·기술을 배울 수 있는 '배우멍 나누멍'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배우멍, 나누멍'은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 이상씩 재능을 갖고 있기에 누구에게든 그 재능을 나눠주는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바느질, 요리, 그림 그리기, 목공, 마사지 등 일상에 쓰임새가 많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알려주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나누는 재능 나눔 프로그램이다.

열린 프로그램인 '배우멍 나누멍'은 남녀노소 누구나 강사가 될 수도 수강생이 될 수도 있다. 제주 음식 만들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많은 제주 어멍들도 '배우멍 나누멍'을 통해 강사로 데뷔할 수 있다.

딸이나 며느리에게 가르쳐 주듯 수강생들에게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해주면 된다. 배우멍 나누멍은 강사와 재료 성격에 따라 유료와 무료로 나뉜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유료로 진행되는데 체험 프로그램처럼 자기가 만든 것은 가져가거나 먹는 조건이다. '제주어 배우기'처럼 재료나 교재가 필요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다.

이 프로그램은 요즘 흔히 회자되는 공유경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재화나 공간, 경험과 재능을 가진 개인이 협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눠 쓰는 온라인 기반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이 곧 공유경제인데, 배우멍 나누멍의 취지와 다르지 않다. 

배우멍 나누멍으로 시작한 재능 나눔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나 재주를 가진 보통 사람들을 강사로 데뷔시키는 발판이 될 수도 있고, 나아가 그 아이디어나 재주를 발전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올레는 '배우멍 나누멍' 프로그램을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을 가진 제주 마을 또는 기업들과도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예컨대 표선면 세화3리와는 공병을 활용한 아로마 캔들 만들기를, 노루페인트와는 '페인트 DIY' 교실을 연다. 

제주의 대표적인 베이커리 전문기업 에코제이푸드와는 제주 재료를 이용한 '간세쿠키 만들기', 제주 용암해수 전문기업 제이크리에이션과는 '올레 스파클링 제주 음료 만들기' 등을 통해 제주 자원과 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배우멍, 나누멍' 프로그램에서 재능을 나눌 강사는 제주올레 홈페이지(www.jejuolle.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내 주변 이웃, 우리 지역을 찾은 여행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프로그램을 수강하려면 홈페이지 올레 센터에서 날짜별 프로그램과 준비물, 참가비 등을 확인 후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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