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대우·논설위원

제주시 도심지 숲공원은 인근 거주민을 비롯해 도민들이 자주 찾는 휴식처이다. 시민들은 숲공원의 나무그늘 아래서 쉬거나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며 쾌적한 삶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숲공원은 도심내 자연녹지와 함께 시민들이 일상 생활속에서 항상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제주시 도남동 연삼로변에 위치한 시민복지타운내 공공청사부지(제주시청사 이전 예정지) 4만4000㎡도 도심내 숲공원 역할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제주시청사 이전이 지연되고, 백지화되면서 공공청사부지는 도심속 친환경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민들은 제주시가 29억원을 들여 푸른숲을 끼고 조성한 시민광장에서 휴식·운동을 즐기고, 계절별로 식재한 유채꽃·코스모스 조성지는 구제주와 신제주의 2개 거대 도심간 완충녹지 역할을 수행하며 자연과의 친근성을 회복했다.

공공청사부지가 자연 친근성을 회복한 것은 시민복지타운의 '친환경 저밀도' 도시개발 원칙에서 비롯됐다.  제주시는 1997년 중앙대공원 조성부지가 2001년 도시개발구역으로 변경, 시민들이 우려하는 고층 콘크리트 아파트의 난개발을 의식, 건축물 고도를 제한하는 '친환경 저밀도' 원칙을 수립했다. 주택용지를 단독 3층 이하, 준주거 5층 이하로 제한하는 한편 기타 용지는 시청·정부종합청사·한국은행·보건소·방송통신·업무시설을 배치하는 등 사실상 제주시 행정 중심 복합타운으로 설계했다. 또 공공시설용지로 광장·공원·녹지 등을 확보한  친환경 저밀도 도시개발 원칙은 10년째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도가 지난달 1일 시민복지타운내 공공청사부지에 10층 규모의 고층 공공임대아파트 건립을 추진, 친환경 저밀도 개발 원칙도 사라질 것이란 도민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 도가 지난달 1일 행복주택 700세대 등 공공임대주택 1200세대를 짓는 공동주택건설단지 조성계획을 발표, 친환경 저밀도 개발 원칙은 물론 구제주와 신제주 사이에서 완충녹지 역할을 담당했던 숲공원도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도정의 발표처럼 공공임대주택 건립은 집값 폭등에 따른 청년·대학생·서민의 주거불안 해소 및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 2013년 2월 서민·중산층 주거불안 해소 및 주거복지 실현 일환으로 행복주택 건설을 국정과제에 포함, 지자체들이 철도 부지 및 공공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토록 전체 사업비의 30%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도는 공공임대주택 발표 당시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서민들에게 시내 중심부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청사부지에 주거공간을 마련, 2019년말부터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의 공공임대주택 건립은 첫 단추인 입지 선정부터 오류를 범했다. 공공청사부지내 고층 공공임대 아파트 건립으로 '친환경 저밀도' 원칙이 훼손되지만 입지 선정부터 공론화 절차를 생략, 타당성 논란을 초래했다. 입지 선정부터 도민 의견을 반영한 협치가 적용돼야 함에도 행복주택 등 마스터플랜 수립후 도민 의견을 듣고 보완하는 '거꾸로' 협치를 선택, 도의회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공 유휴부지에 행복주택을 짓도록 했지만 도는 '금싸라기 땅'으로 밝힌 공공청사부지가 유휴부지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도 밝히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도의원과 전문가들이 공공청사부지가 행복주택이 들어설 유휴지가 아니라 현 세대와 다음세대가 행복을 누릴 공원으로 존치토록 주문하고 있지만 도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의회·학계 등의 주문이 아니더라도 공공청사부지를 도민 모두가 이용할 공공복리의 금싸라기 땅으로 인식하는 도의 정책 전환은 필수다.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부지는 도가 공유재산 임대·매각으로 징수한 재원을 활용, 도심 근처에 매입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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