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올해는 연일 갑갑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올여름은 날씨마저 우리를 많이 괴롭혔다. 그런데 국민이 느끼기엔 여름을 힘들게 보내게 한 폭염 이상으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정국의 난맥상이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듯하다.

폭염이야 계절의 마술로 며칠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지만 사회 전반에 내려진 짜증경보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장기불황과 정치부재라는 갑갑함을 탈피할 수 있는, 마치 그늘에서 쐬는 계곡 바람 같은 해결책이 무엇인가 고민해봤다.

왜 우리 사회가 이토록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가. 생각해 봤을 때 그것은 '소통의 부재'란 판단이 든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정치권에서도 갈등해결의 출발점은 소통이다. 사회가 이렇게까지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유는 소통의 부재, 더 나아가 소통의 거부에 원인이 있다.

누구나 자신에게 불리할수록 소통거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됩니다. 소통할수록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진영 내부의 강경파의 목소리가 득세하기 마련이다. 자기들이 필요할 때, 유리할 때만 소통하고 그렇지 않을 땐 소통을 거부한다.

그런데 이런 행태야말로 더욱 위기의 늪으로 몰아가는 최악의 처신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위기 증폭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필요할 때만 소통하고 불리하면 소통을 단절해 달팽이 집 속에 들어앉아서 '내가 옳다'고 자기 암시를 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이나 심지어 가족관계에서도 위기의 출발점은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다. 상대의 허물을 찾아낼 때만 소통의 창구를 열어 놓을 뿐입니다.

소통에는 먼저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치열하게 자기반성을 한 후 상대의 말을 충분하게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소통의 욕구가 있다. 지금도 누군가와는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권력이 소통을 거부한다고 민초들의 소통까지 통제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소통이 모여 여론이 형성되고, 이 여론이 바르게 전해져야 사회도 평안해지고 국민도 안심할 것이다. 근래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 중 하나가 '협치'이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소통)가 부재한 협치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서로 적당한 양의 말을 알맞게 주고받으면 즐거운 대화가 되지만, 한쪽의 대화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상대방은 지치게 됩니다.

얼마 전에 국민MC라 불리는 유재석씨가 '소통의 법칙 10가지'를 이야기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진다"이다.

현재 사회적 지도층이 가장 주목해야 할 구절인 듯 하다. 날씨는 견딜만해 졌는데 사회를 휘감고 있는 '적대적 대결과 소통의 부재'라는 답답함은 언제 가실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 대안을 찾기 전에 사회적 지도층이 먼저 나서주길 기대한다.

사회적 지도층과 국민들 간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마음과 나눔에서 소통을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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