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서귀포지사장

제주특별법에 따라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제주도는 국회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를 제외한 중앙행정기관의 감사가 배제되고 있다. 

세종시특별법에 의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한 세종시는 물론 시·도 조례로 설치한 서울특별시·광주광역시·충청남도 등 총 4개 지자체가 모두 중앙행정기관 감사를 받고 있는 점에 비춰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위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또 도지사 소속이면서도 직무상 독립된 지위를 가진 제주도감사위원회는 그러나 설치된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독립성뿐만 아니라 전문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제주시 곽지과물해변 야외 해수풀장 조성사업과 관련, 담당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변상금을 요구한 처분을 계기로 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도감사위원회가 야외 해수풀장 공사비와 철거비 등 모두 4억4800만원의 손실을 끼친 제주시 담당공무원 4명에게 손해액 전액을 변상시키도록 제주도에 요구한데 대해 원희룡 지사는 강력히 반발했다.

원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공사는 정치권과 지역민이 민원사업이라고 압박을 가한 성격이 큰데 실행한 공무원만 책임지우면 사건 원인이 흐려지고 일벌백계는 필요하지만 극단적으로 지나치면 안된다'며 '재심의 청구를 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이달 초 도감사위원회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모 의원은 "감사위원회 처분 요구가 있어도 도지사가 안하면 그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지역민의 민원사업이라며 산하 직원을 감싸는 원 지사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평소 감사위원회 독립을 주창해온 도의원까지 감사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충격에 가깝다. 

더욱이 이보다 앞서 이뤄진 제주도 공유재산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감사위원회를 비판했던 도의회가 정작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수억원대 세금을 낭비한 공무원에 대한 변상 요구를 무시하라고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실소가 나올 따름이다.

물론 시장·부시장 등 최종책임자에게 책임을 전혀 묻지 않은데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담당공무원이 완전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다고 여겨지면 감사원에 판정을 청구하면 될 일이다.

따라서 실제 변상 여부와 관계없이 차제에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감사위원회 사무국 직원은 3년 이내 타부서 전보가 제한됐는데도 이런저런 사유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신규는 물론 기존 직원들도 감사직 전직을 꺼리면서 현재 50여명의 감사위원회 직원 중 감사직은 6명에 불과, 감사원과 같은 전문성 확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감사위원회 소속을 도의회로 변경하는 방안의 경우 도의원이라는 또다른 수많은 '상전'이 생기고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설치하는 구상 또한 예산 확보나 감사위원(장) 선출 방법 등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따라서 당장은 사무국 직원에 대한 전보제한 규정을 최대한 준수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확대 등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도의회, 교육감 추천 등을 거쳐 도지사가 위촉 또는 임명하고 있는 6명의 비상임 감사위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무국으로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의결해야 할 수십건의 안건을 받아들고 며칠씩 검토한 끝에 다음주 월요일 감사위원회의에 참석, 하루종일 난상토론을 벌이는 고된 근무에도 보수라고는 월 120만~130만원 가량의 회의참석수당·심사수당이 고작이다.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제주지역사회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 감사위원회 기능과 위상 강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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