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 칸전략경영연구원대표·경영학 박사·논설위원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조업 300개를 대상으로 1년이 넘는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실태를 조사한 결과 55%만이 수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 10곳 중 8곳은 중장기 사업계획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절반 가까이가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었다.

중장기 사업계획의 필요성을 보면, '경쟁심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고조' 56.1%, '혁신적인 신상품의 등장' 15.4%, '소비자의 인식 및 행태 변화' 12.3%, '국내외 경제 정책·제도의 급변동' 11.1%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대기업이 67.0%로 중소기업48.5% 보다 많았으며, 업종별로는 '고무·플라스틱'(79.4%), '기계·정밀기기'(77.8%) 업종이 높게 나타나고 식음료 업종은 35%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의 예측기간이 5년을 넘는 기업은 30.7%에 그쳤으며, 예측기간별로 '4~5년' 47.8%, '2~3년'은 21.5%인 반면에 '6~7년' 3.7%, '8~10년' 23.3%, '10년 초과'는 3.7%에 불과하다.

중장기 사업계획 내용을 보면, '추진목표와 기본방향'이 49.5%, '사업조정계획 등 실천과제' 26.6%,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10.9%, '주요 변화동인과 파급영향 예측' 10.3%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 인력 등에 대한 투자계획을 보면, 전체의 21.2% 기업만이 향후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반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78.8%에 달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의 현안에 대한 단기적 대응 외에 중장기적인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전략기획 기능에 대한 투자나 조직 신설 및 인력 확충에 대하여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현장을 보면, 전략기획업무를 수행하는 부서 자체가 없는 경우도 예상 외로 많으며, 조직은 있다고 하여도 전략기획 능력을 가진 직원 배치는 많지 않았으며 최고경영자의 지시하는 업무나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한 결과 경영성과를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 포착 등으로 시장점유율 상승 35%,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시행착오 감소 30% 및 위기시 계획적인 대응으로 피해축소 24% 등의 성과를 보았다고 밝히고 있다.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체계를 보면, '위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Top-down방식과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Bottom-up방식 둘 다 사용' 한다는 기업이 66.3%, 'Top-down방식만'이라는 기업은 29.3%, 'Bottom-up방식만'을 사용하는 기업은 4.4%로 나타났다

계획수립에 쓰는 연구방법을 보면, '전문가 의견수렴'이 32.6%, '시나리오 기법' 28.3%, '선진기업 사례연구' 15.8%, '브레인스토밍' 9.2%, '미디어 조사' 8.2% 등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에 대한 애로사항을 보면, '단기현안에 매몰되는 여유부족' 81.9%, '빨라진 환경변화 속도' 6.0%, '잘못 예측할 경우 책임소재에 대한 부담' 5.2%, 및 '자사내부의 인식부족' 4.3% 등으로 답하였다.

중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 가장 우려하는 변수를 보면, '중국 경기둔화' 34.3%,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재편' 23.0%, '한중간 기술격차 축소' 18.0%, 'TPP, 보호무역 등 통상환경 변화' 11.0%, '인구고령화' 9.7%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아이디어의 수용 및 적극적 사업추진' 35.7%, '창의적 인재고용' 29.3%,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내분위기 조성' 18.3%,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확립' 9.7%, '파격적인 성과보상' 7.0% 등으로 응답하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지금은 산업사회를 넘어 기술혁신에 의한 이종산업간 융복합,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시대이므로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순혈주의 등 문화에서 벗어나 오픈마인드 사고를 가지고 다양한 계층과 교류하는 것이 미래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시기의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은 구성원들의 목표를 공유하고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키우고 미래 사업방향에 대하여 집중과 선택을 통해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당장의 실적개선이라는 단기과제에 빠져 지속적 성과창출을 위한 중장기 과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실정이 아닌가 싶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동시에 시장의 속도 및 규모에 맞춰 변화를 추구하려면 단기적 실행력과 장기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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