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

수천 년 황량한 변방의 섬이던 제주가 미래의 땅 희망의 섬으로 변신 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이후 관광개발과 중앙정부의 관심으로 가능했지만 결정적 요인은 제주의 천부적 자연(天賦的 自然)이 있어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국민교육헌장 전문의 한 구절이다. 타고난 소질을 집중 개발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인 투자라 할 것이다. 이 경우 개인이나 지역은 물론 국가도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가 우선적으로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천혜의 자원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

한라산과 오름, 들판, 태고의 신비가 서린 곶자왈, 오밀조밀한 돌담 밭, 쪽빛 바다와 맑은 하늘이 빚어내는 신비의 자연 경관과 청정 환경일 것이다. 여기에 이 시대 제주인이 풀어야 할 생존의 과제와 열쇠가 있다 할 것이다.

우선 신의 축복인 천부적 자연에 대한 도민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공기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인간이 그 소중함을 잊어 대기오염의 재앙에 직면하듯이 천연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오늘 자연 훼손, 파괴를 딛고 이뤄지는 개발이 당장은 풍요를 안겨주겠지만 20년, 50년, 10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 제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시멘트 덩어리 고층건물이 아니라 신비한  천연 자연과 그 숨결인 것이다. 그럼에도 성장을  명분으로 앞세워 자연의 파괴와 환경의 훼손을 반복해온 오만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를 주도한 정책당국자는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천연 자연은 은혜와 상생의 대상이지 인간중심의 경제개발 대상만은 아닌 것이다.

또 천연자원과 관광, 농업이 상생을 위한 상호작용의 불가피성에 대한 도민 이해와 정책이 관건이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 관광의 특징은 삼자 중 어느 하나라도 처지면 바람 빠진 축구공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관광은 천연자원이 있어 가능하고 천연자원의 보존은 농업이 있어 가능한 공생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제반 산업을 건물에 비유하면 농업은 기초요 주춧돌이다. 기초가 부실하면 건물을 지탱할 수가없다. 농업은 제주의 모든 산업을 뒷받침하고 지속 가능케 하는 모태산업인 것이다. 

특히 자연경관과 환경 보호, 다양한 종의 보존, 맑은 공기와 지하수, 전통문화의 보존 여부가  관광의 질과 지속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천부적 자연을 핵심으로 국제관광을 지향하는 제주의 관광업계는 농업이 관광의 뿌리이며 희망이라는 명제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끝으로 농업 정책의 방향과 추진체계를 일대 혁신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숨 막히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미 관광객 1300만을 넘어선 제주에서의 농업은 관광과 융합해 농업의 새로운 가치인 농촌 어메니티 (amenity)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제주 농업은 농지구조상 생산만으로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생산중심 농정의 틀에서 벗어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주도할 수 있는 농업체질개선과 농정체계를 혁신한 종합적인 농업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성장하는 관광과 퇴락하는 농업은 양립할 수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농업이 지켜왔고 지켜가야 할 자연경관 및 환경을 이용하는 관광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농업은 고령화, 개방화, 기후변화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 하다. 

따라서 환경보전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천부자연과 관광, 농업의 동반성장으로 밝은  미래를 열어가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