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자 서귀포보건소장

현재 우리나라에는 68만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치매 환자를 보면 비단 남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치매가 찾아오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고민으로 나아가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소통의 중요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우리 모두의 치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매년 9월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해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특히 올해의 슬로건은 '치매, 혼자가 아닙니다. 헤아림이 있습니다'로 치매는 우리 모두의 헤아림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며칠 전 아침 일찍 출근할 때이다.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성이 나이가 많이 들어 뵈는 할머니를 모시고 보건소 로비 의자에 같이 앉아 있길래 "아침 일찍 어떤 일로 오셨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항상 집에 계시는데 어느날 방문 간호사가 할머니와 대화해보니 예전보다 달라졌다고 했다"라며 "검사해보고 치매 여부를 정확히 진단받아 보자고해서 왔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냥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건데 왜 다시 검사를 받으라는 것인지 의아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그날 오후 담당자를 통해 아침에 내소한 민원인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서귀포의료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초기치매로 진단받고 약 처방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도 치매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거나 불치병으로 잘못 인식하고 주변의 시선을 인식해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경우가 있다. 

서귀포 보건소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경로당, 노인대학 등 치매예방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검진으로 치매에 대한 올바를 정보를 제공하며 지역행사와 연계한 캠페인을 통해 치매 인식개선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주변의 헤아림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치매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우리 자신부터 실천해야 할 일이 있다.

인지기능의 손상이 있더라도 치매 어르신은 여전히 자신의 성격과 취향이 있고 아름다운 추억의 단편을 지니고 있는 존중받아야 할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저하되므로 작은 변화도 가치가 있고 감사해야 한다. 잃어버린 기억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아직 건강하게 남아있는 다른 기능들을 상실되지 않게 유지하도록 지지해야 한다.

예전에 접했던 '장모님의 예쁜 치매'라는 책을 보면 '100세 시대에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예약된 손님이며 예방과 조기발견이 치매 치료의 가장 좋은 시작이다'라는 말이 있다. 치매가 무섭고 힘든 병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가 찾아올 경우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주변에서 치매 환자를 직접 접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새로 생긴 주간보호센터에 입소한 어르신을 보며 이분들 또한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며 좋은 기억을 많이 담고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암보다도 더 노인들이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꼽히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과음과 흡연, 비만,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의 개선과 보건소를 방문하면 언제든지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치매 조기검진으로 미리미리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마지막으로 '치매가 있어도 행복한 우리 동네에서 살아가기'라는 제3차 국가 치매 정책의 모토처럼 우리 모두의 관심과 치매 환자를 헤아릴 수 있는 사랑 그리고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갖고 접근해 환자와 가족 모두 살기 좋은 편안한 지역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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