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교수님, 제주도에서 오셨어요?"

명함을 받아들고 제주도에서 왔음을 아는 순간, 호기심과 반가움, 그리고 조금은 선망이 담긴 눈으로 사람들은 이렇게 말을 걸어 온다. 실로 제주도가 온 국민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겪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뒤이어 보통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요즘도 제주에 중국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외국인 관광객 전성시대이다. 올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50% 가까이 증가해 4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들이다.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는 늘 시끌벅적한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고, 중앙로나 신제주 바오젠 거리는 물론, 이름난 관광지에서는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를 정도로 중국어가 들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중국인 불법체류자는 2013년 731명에서 2014년에 1450명 2015년에는 4353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이미 3836명으로 전년도 대비 증가한 추세이다.

외국인 관련 범죄의 증가도 심상치 않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 말까지 제주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347명 가운데 69.2%(240명)가 중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년간 중국인 범죄는 2013년 134명, 2014년 194명, 2015년 260명으로 2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도 서귀포에서 발생한 중국인 여성 살해사건, 최근의 제주시 한 음식점에서 여주인과 손님을 집단 폭행한 사건, 심지어 며칠 전에는 연동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살해하는 등의 강력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무사증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소위 '제노포비아(Xenophobia)' 현상이다. 이방(異邦)이라는 뜻의 '제노(xeno)'와 두려움, 기피라는 뜻의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외국인에 대한 혐오, 기피로 해석된다.

외견이 달라 보이는 자에 대해 본능적으로 경계하는 심리 상태로 흔히 외국인과 관련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지난 4월 법무부가 발표한 '2015 이민자 사회통합정책 종합진단 및 개선방안'의 일반국민 대상 인식조사에서는 '외국인의 증가로 사회적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전체의 64.4%에 달해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곳은 범죄가 증가한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관광객의 증가는 범죄발생 가능성의 증가로 귀결된다. 제주도가 지향하는 국제자유도시는 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로이 이동하는 국경 없는 도시이다. 

제주도의 선택이 이러하다면 빗장을 닫아 걸기보다는 현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제도는 불완전하며 시행착오를 거쳐 진화한다. 문제가 발생했으니 당장 무사증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을 배척하자는 반응은 다소 감정적이다.

제주의 정주인구는 64만명 정도이지만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한 해 1300만 명이 넘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동네사람보다도 많은 외지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함께 사는 것이 숙명이라면 오지 못하게 할 방법보다는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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