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복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제주지사장

최근 제주도의 건설경기는 기름에 불붙듯이 말 그대로 활황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어디를 가도 주택 건축현장이나 대형 리조트 단지 등의 크고 작은 건설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바람 소리, 새 소리, 파도 소리 등 자연의 소리 대신 바위를 부수고 철골을 때리는 거친 기계 소리가 섬 전체 가득히 퍼지고 있다. 

이는 관광산업 활성화와 유입인구 증가에 맞춘 수요, 공급의 경제원칙에 따른 현상이지만 그에 따른 자연환경의 훼손과 산업재해의 증가 등 그림자처럼 어두운 현상 또한 동반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내 건설현장에서의 산업재해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작년에는 사고로 인한 재해자 수가 535명, 사망자는 8명이었다. 이는 2014년도에 비해 재해자 수는 약 9%, 사망자 수는 약 167% 상승한 수치다.

사고 발생형태를 보면 떨어짐 184명, 떨어지거나 날아오는 물체에 맞음 63명, 넘어짐 75명이 재해를 당했다. 이는 후진국형 재해로 기본적인 안전수칙에 대한 준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거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차를 타고 다녔지만 지속적인 계도와 홍보로 어느 때부터인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립됐고 현재는 운전석에 앉으면 습관처럼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운전하기에 이르렀다.

건설현장에서도 안전모 등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한 후 작업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것은 단지 과태료를 면피하기 위한 실천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실천이라는 의식이 사업주, 근로자 모두에게 깊이 인식됐을 때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 안전보건공단 제주지사에서는 고용노동부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와 함께 지난해부터 '건설현장 기초안전질서 준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떨어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난간, 안전망,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넘어짐, 맞음 사고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보호구 착용을 생활화하자는 운동이다.

이러한 운동으로 건설현장에서의 재해가 바로 줄어들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안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건축기간을 단축하고 공사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에 비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 긍정의 변화를 목격하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 건축현장마다 '건설현장 기초안전질서 준수'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져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기초안전질서 준수 실천을 위해 사업주, 근로자와 더불어 정부 또한 끊임없는 제도적 개선과 홍보, 계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10월부터 시작하는 고용노동부의 '건설업 추락재해예방 기획감독'도 그의 일환이다. 9월 한달간 계도기간을 거쳐 10월 한 달간 전국 건설현장에서 추락재해 예방 안전조치 사항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이러한 건설재해 예방에 사업주, 근로자 등 모두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정부에서 기초 안전질서 확립을 위한 견인을 지속한다면 머지않아 후진국형 재해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당장 어려운 게 사람들의 습관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변하고 습관이 바뀌면 운명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안전질서 준수를 습관화, 생활화 한다면 재해를 당하는 운명에서 재해를 극복하는 삶으로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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