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근고지영(根固枝榮)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이다. 이를 기상서비스에 대입하면 제대로 된 관측자료가 뒷받침돼야 정확한 예보와 다양한 정보의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그 가지와 뿌리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공간을 넓혀가듯이 기상청의 성장해온 모습도 그러하다. 특히 기상관측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넓어지고 촘촘해지고 있다. 

제주는 1923년 제주측후소가 설립된 이래 꾸준히 발전, 현재 제주 전역에 16종 102대의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운영되고 있다. 물론 지리적 특성상 현재 장비 수량으로는 제주의 기상특성을 감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관측공백을 도가 설치한 강우량계 61대, 적설관측장비 26대,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이 설치한 자동기상관측장비 3대 등이 어느 정도 메워주고 있긴 하다.

망을 이루고 있는 여러 관측소에서 얻어진 자료들이 활용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서로가 약속된 조건 하의 관측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이어야 한다. 이는 사실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더 나아가서 전세계가 공히 표준화된 조건에서 관측하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모순 가운데 살고 있다. 그 중 기상기후 관측과 예측에 관련지어 말하자면 이렇다. 앞서 말 한대로 관측은 예측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만들어 낸다. 제대로 된 관측 자료는 제대로 된 예측을 위해 매우 중요한데, 그 자료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청이 운영하는 법령 중 하나인 '기상법'은 관측소 주변에 관측 장애를 주는 시설물의 고도제한과 일정 간격의 거리 유지를 규정하고 있다. 보통 오래된 관측소들은 도시 발전과 함께 관측소 위치의 가치가 바뀌면서, 이곳을 새로운 용도로 바꿔야 한다는 등 의견충돌이 허다하게 발생한다. 현재 제주를 비롯한 국내 상당수의 관측소들 주변은 마치 병풍을 두르듯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제대로 된 관측을 보장할 수 없는 지경이다. 

또 기상예측의 정확도와 상세도를 높이기 위한 기초작업의 일환으로 관측망을 확장하다 보니 더러 공공건물 옥상에도 관측장비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초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실외기 설치 등으로 관측치가 왜곡되고 있고 간혹 공공건물 관리측의 용도 변경 이유로 요구에 따라 관측 장비를 다른 장소로 이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일이 제대로 된 관측을 어렵게 하니 기상예측모델이 제대로 된 예측결과치를 생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 모른다. 마치 불량식품을 먹여놓고 건강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태양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더워진 것이다. 아니 점점 데워지고 있다. 대기의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아 그 예측은 더욱 고도의 기술과 정확한 자료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관측 환경이 나빠져 제대로 된 관측치를 얻기가 어려워지고 수치모델의 예측 결과는 갈수록 흔들린다. 그러니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기상학계는 갈수록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관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예측이 정확해지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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