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익 제주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사회 전반에 걸쳐 매일처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이슈들. 듣기만 해도 얼굴이 찌푸려지고 걱정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개개인의 하루생활도 벅찬데 오히려 더 나랏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해 지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국민 불안과 사드배치 문제,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가계 부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불안요소의 이면에는 일방통행식 정책결정도 있지만 요구만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시민의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제주도도 걱정과 불안에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발생한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살인과 폭력 사건 등은 작은 우려를 넘어 일상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관광시장의 양적 팽창에 따른 예측 가능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고 진단과 대책 또한 미흡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날로 증가하는 쓰레기 처리문제, 체증이 더해가는 교통량과 주차난, 투기성 부동산 거래와 무분별한 개발,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오염과 훼손, 예측불허의 자연재해는 제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의 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안들은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그 우려는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도지사와 시장, 공무원과 시민들이 온갖 지혜를 동원해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치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문제에 맞딱뜨리면 민원은 들끓고 갈등은 증폭되고 만다. 이는 예측 가능했던 제주의 장밋빛 미래비전을 펼쳐만 놓고 대비에는 소홀했던 도정과 시민들 모두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쓰레기가 넘쳐나도 처리하지 못하고 주차장처럼 변해버린 도로와 이미 도심과 주택가에 한계를 드러낸 주차 공간, 개발과 비례한 환경훼손, 교묘한 법망을 피해가는 대기와 지질 오염 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제주도는 우리가 알고 있고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엄격하게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평범한 섬으로 전락하고 있고 65만의 작은 시골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제주도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져가고 있고 아름다운 자연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미 제주도의 가치에 대한 빨간불의 신호가 켜졌다. 이와 같이 도전적인 현 상황은 우리들에게 현명하고 과감한 응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 답은 바로 우리들 자신에 있다. 

필자는 최근, 제주도와 인구가 비슷한 도쿄의 하치오지시(八王子市)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곳의 쓰레기 수거에 관심을 가졌다. 2년간의 쓰레기 수거 캘린더를 만들어 각 가정에 보급하고 그에 따라 각 종류별 쓰레기를 요일별로 구분해 한 치의 오차 없이 내놓고 있었다. 패트병 뚜껑을 분리해 수거하는 등 재활용에도 철저를 기하고 있었다. 

인구 195만의 관광도시인 홋카이도 삿포로의 중심도로는 거짓말처럼 교통 정체현상이 없고 주차난도 남의 일처럼 보인다. 

이 모두는 시민과 함께하는 정책결정과 성숙화 된 시민의식의 산물이다. 두 가지 사례처럼 예측 가능한 지표설정을 시민과 함께 하나씩 대처해 나간다면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제주다움을 차츰 회복할 수 있다. 

도전에 대한 응전의 선행 과제는 주민과 함께 하는 정책개발과 성숙한 시민정신이다. 도정에 책임을 돌리지 않고 책임을 함께 공유하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이다. 파란불을 켤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