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올해산 노지감귤이 오는 10월1일부터 본격 출하된다. 출하가 임박했지만 농가들은 수확작업에 서둘지 않는 모습이다. 품종 특성상 극조생이 내달 1일부터 전국 도매시장에 가장 먼저 얼굴을 내밀지만 소비자의 매력을 끌 만큼 열매의 착색이 덜 된 탓에 농가들은 품질관리에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산 노지감귤은 품질 관리도 그렇지만 생산량 조절 및 고품질 출하가 가격 안정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이 한달전 발표한 2차 감귤관측조사 결과 평년에 비해 당도가 높은 반면 산 함량은 적어 맛있는 열매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1월 한파로 꽃이 많이 핀 가운데 7·8월 여름철에는 고온·가뭄으로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크기가 작은 열매 '소과' 발생 비율이 높아 농가들이 처리난을 걱정하고 있다. 

농가들의 생산량 처리난 걱정은 2차 관측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소과발생 비율이 19.2%로 지난해 9.2% 보다 2배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격 기상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과가 많이 달리면서 생산예상량도 54만4000t으로 제주도의 적정 생산 기준인 51만t을 3만4000t 초과한 탓이다. 이에따라 선과장으로 보내기전에 나무에서 병해충·바람 피해 열매, 대과(70㎜ 이상), 소과(49㎜ 이하)의 비상품을 미리 따내는 농가들의 수상선과 등 생산량 조절 실천이 1차적 책무다.  

농가들의 수상선과 실천이 돈 버는 감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유통인들의 반성도 필수다. 유통인들은 출하량의 40%를 도매시장까지 운송할 만큼 농·감협과 함께 감귤산업 발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통인들은 매년 노지감귤 출하 초기부터 비상품은 물론 덜 익은 열매를 강제 착색후 도매시장에 팔면서 가격안정에 찬물을 끼얹고, 제주감귤 이미지를 먹칠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유통인 외에도 농·감협 운영 선과장의 비상품 및 강제착색도 감귤산업 생존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돈 버는 감귤산업을 위해 앞서 거론한 농가·유통인, 농·감협의 책무는 몇십년전부터 반복되는 필수 책무다. 하지만 생산량을 모두 팔려는 농가·상인들의 작은 욕심으로 실천이 더딘 결과 가격하락·소득감소 등 감귤산업 생존 위기를 자초하는 실정이다. 생존 위기는 자구노력 부족 외에도 국내산과 수입산 과일 사이에서 경쟁하는 '샌드위치' 현실에서 나타난다. 감귤과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사과·배·단감 등 국내산 과일 외에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후 관세 철폐의 낮은 가격을 무기로 밀려드는 수입산 오렌지보다 품질·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감귤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국내·수입산 과일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과일 선호도 변화는 국내·수입산에 비해 더 거센 압력을 감귤농가에 행사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농가가 공급하는 감귤에 만족하기보다 자신들이 필요한 상품을 생산, 제공토록 요구하고 있다. 제주산 감귤이 고품질, 안전성, 편리성 등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다른 과일창구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다. 올해산 제주감귤이 소비자 욕구 충족을 위해서는 농가의 생산량 조절 외에도 고품질 열매의 수확 및 출하가 필수 과제다. 감귤산업 생존을 위해 농가와 유통인, 농·감협이 생산량 조절 및  고품질 열매 출하 등 자구책을 게을리하면 올해산 당도 향상으로 기대했던 가격도 받지 못할뿐더러 자칫 예전의 쓰라린 가격하락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제주감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올해의 국내산과 수입산 과일의 품질·생산량 등 동향을 면밀히 살펴 치밀하게 대응하고, 실천해야만 생존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국내·외 과일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소비자 욕구 충족을 위한 상품 차별화 전략을 실천해야 감귤산업도 생존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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