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몽고군과 싸웠던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 한라산에 올라 바닷가에 발을 담가 노는 설문대 할망, 처녀무당으로 죽은 원당 할망.

 제주 설화 속 주인공들은 「제주도 옛 이야기」속에서 독특한 캐릭터로 다시 살아난다. 단조롭게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들은 귀여운 삽화처리와 현대적 단어로 동시대인으로 탈바꿈했다.

 이 책은 제주 설화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발간됐다. 작품 의도에 맞추어 11명의 회원들이 가장 신경을 들인 부분은 글을 풀어내는 방식. 기존 동화책 속에서 보이는 ‘옛날 옛적에 누가 살았다’식이 아닌, 엄마가 읽어주듯이 ‘알려줄까?’ ‘누가 이랬어’식의 구어체를 사용해 아이들이 좀더 읽기 쉽도록 해놨다.

 중문에 사는 최형 이좌수, 한림읍 명월리에 사는 진좌수, 한림읍 옹포리에 사는 강씨 하르방 등 친숙한 소재와 주변인물들은 친근감을 더한다. 신화나 전래동화의 허구성을 마치 제주도 사투리를 이용, 일상 대화처럼 엮음으로써 마치 아이들이 실제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 속에서 창작동화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신화인물들을 생생하게 해학적으로 묘사한 삽화들이다. 삽화를 맡은 김상남씨는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올 겨울 아이들에게 읽혀줄 책으로 제주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가득 담겨있는 「제주도 옛 이야기」는 어떨까.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