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모임 "몽생이" 회원들.
 서점에 아이들 동화가 없다 ?

 얼토당토않은 말이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점이다. 빼곡히 들어찬 책 중에는 아이들이 쉽게 읽을만한 생활동화는 별로 없다. 눈이 가는 창작동화도 외국 서적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동화는 ‘이러면 나쁜 사람, 이러면 착한 사람’이라는 식의 교훈동화 일색이다.

 제주의 한 문학모임이 제주 전래동화를 읽기 쉬운 구연 창작동화로 발간한 「제주도 옛 이야기」도 이같은 빈약한 동화 작품의 행태를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동화를 읽고, 쓰고, 공부하자는 뜻에서 지난 97년초 ‘동화읽는 어른모임’에서 나와 꾸린 작은 문학모임 ‘몽생이’. 고충희 김은희 김희정 박진형 오경임 오지연 오혜자 한복수 허순영 현민경 홍경희씨 등 11명이 그 가족이다. 금남(禁男)단체는 아니지만 노처녀, 직장인, 도서관 관장, 예비 작가 등 모두 여성들로 모여졌다.

 동화를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동화사랑’에 빠져있는 어른들답게 일주일에 한번 동화공부도 열심이다. 외국 동화와 우리나라 창작 동화를 공부하면서 동화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체계적 이론서를 통해 공부하는 열성 분자들이다.

 그들이 3년여 동안의 동화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제주어린이들만의 제주 동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제주 동화를 펴낸 현길언씨의 「제주도 이야기」나 손춘익씨의 「힘센 할망과 꾀 많은 하르방」은 제주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읽기엔 좀 딱딱한 면이 있었다.

 회원 김은희씨(36)는 눈높이에 맞춘 동화다운 동화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어른이 아이들에게 시키듯 어른들의 시각으로 채워진 교훈동화에 치중돼있어요. 그래서 애들 입맛에 맞는 제주 동화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제주도에 얽힌 설화를 공부하고, 사학자를 초청해 제주역사 강의도 듣고, 전반적인 제주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곳곳을 다녔다. 그리고 애착이 갔던 작품을 하나하나 재구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회원 박진형씨(33)는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삼십년을 제주에 살면서 제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는 것”이라며 “고향 사투리가 너무 어려워 읽기조차 어려운 글도 많았다”고 말했다.

 「제주도 옛 이야기」속에 나와있는 11개의 동화는 이미 2년 전에 완성된 작품들로 그동안 주머니 사정으로 묵혀놨다 올해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출간된 것이다. 회원들 중 오경임씨는 「교양 아줌마」로 개인창작집을 낸 바 있고, 허순영·김희정씨는 등단 경력이 있는 실력파도 상당수 있다.

 전래동화집을 내긴 했지만 이들의 순수한 목표는 창작동화. 곧 제주도에 사는 아이들의 모습도 책 속에 담길 예정이다. 아이도 어른처럼 그들만의 현실과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글=김미형·사진=강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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