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길 작가 브런치 - 여행 중에 남길 사진들

필명 리모 김현길 작가 드로잉제주 삽화 원화전
15일까지 딜다 책방서…동명 책 출간, 애정 담아

아침저녁 코끝에 걸리는 시큰한 기운 아래 사부작사부작 계절이 밟힌다. 꼭 그 때다. '그래야 안쪽이 따뜻해지는가 보다'는 시인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이.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 4월까지 1년하고 한 달여 제주를 더듬었던 흔적들이 펼쳐진다. 사실 묶였던 것들이다.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풀어낸 13개월여, 400여 일, 9600여 시간이 멈췄다 흘렀다를 반복한다. 마치 늦은 오후 그리운 이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참에 들리는 찰그랑 찰랑하는 소리 같다. 가벼운 금속음에 반사적으로 가슴이 뛴다.

'리모'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김현길 작가의 '드로잉 제주'삽화전이 15일까지 제주시 이도 1동 딜다책방에서 열리고 있다.

동명의 책은 이미 서점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만날 때 마다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었다지만 작가에게 제주는 '블루(Blue)'다. 자연이 전하는 치유의 힘과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바람이 스며든 결과다. 

푸른 기운은 그러나 작가가 꺼낸 화면이 아니라 슬쩍 한 귀퉁이 그림자처럼 걸쳐져 있다. 제주 안에서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며 침잠했던 시간이다. 온전히 몸으로만 걷고 또 걷는 길에 작가가 들여다봤던 제주가 '힐링'이란 이름으로 굴러와 충전된다. '세상에 아름답게 피어난 것들은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는 짧은 글이 인상 깊다. 제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이들 감정을 공유할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기간 중 8일 스토리펀딩 후원자 등 15명을 초대하는 작가와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문의=723-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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