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문관광단지 내에는 여미지 식물원처럼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꼭 찾아보는 관광시설이 있지만 IMF 등에 따른 자금난으로 체 완공되지 못한 호텔 등도 부지기수다.<김대생 기자>

 제주관광의 첨병,단지형 개발방식의 모델 중문관광단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입주업체나 호텔 대부분이 잇단 부도의 악몽속에서 수면하로 가라앉는 것만 같던 중문관광단지가 롯데호텔제주의 개관과 내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컨벤션센터의 공사를 계기로 기지개를 켜는 것 같다.

 그러나 IMF를 전후 침몰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아직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는데다 개발의 주역인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마저 올 연말에는 폐쇄될 계획이어서 단지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지내 입주업체들은 새로 문을 연 롯데호텔이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기는 했으나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의 유입을 도모할 수 있고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힘입어 관광단지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은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평화의 섬의 발상지>

 78년 개발계획이 승인되며 올해로 22년의 나이를 먹은 중문단지는 토지를 팔아넘긴 지역주민들의 박탈감,개발이익의 지역환원문제와 특혜시비,경관훼손등 초기부터 끊이지 않는 논란속에 시달려온 천덕꾸러기다.

 그러나 91년 4월 세계적인 해빙무드 속에서 이루어진 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의 한-소 정상회담으로 시작,클린턴 미대통령,장쩌민 중국주석의 방문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하기에 충분했다.외국정상들의 방문은 하시모토 일본수상,카자흐스탄 대통령,베트남의 서기장에 이르기까지 줄을 이어 ‘평화의 섬’구상의 발상지가 되기도 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분석으로 도민들의 미움을 독차지하다시피 해온 이 단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절경과 국내 최고급의 화려한 시설로 인해 제주관광의 대표적 얼굴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영업중인 호텔들은 비수기인 3월중에도 70-90%의 객실판매율을 보였으며 여미지식물원에는 구경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들러서 구경하고 싶은 곳임에 틀림이 없다.


<분양의 부진과 잇단 부도사태>

 단지내에 가장 먼저 들어선 것은 이국적인 건물과 조경시설을 갖춘 하얏트호텔.단지 개발이 시작된지 8년만인 85년 6월이었다.이어서 한국콘도·신라호텔·씨빌리지·하나호텔·그린빌라등 숙박시설이 들어섰으며 마리나시설·전망휴게소·식물원·쇼핑센터·한국관·민속촌등이 개발돼 제 모습을 갖췄다.

 전체면적 108만평의 단지에는 관광공사가 투자한 891억원과 민자를 합쳐 5227억원의 사업비가 지난해말까지 투입됐으며 2단계 지역을 포함,모두 1조3998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그런데 이미 완료된 1단계지구에만 해도 아직 분양되지 않은 호텔·콘도·상가부지가 5곳이나 있으며 지난 96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2단계지구는 14개 부지중 4년여간 고작 2곳만 계약이 돼 극도로 분양이 부진한 상태다.

 이에 더해 IMF를 전후 입주업체들 상당수가 자금란으로 부도를 맞아 단지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이다.첫 입주업체인 하얏트호텔의 (주)남주개발이 부도나 2차에 걸친 입찰에도 새주인이 나서지 않고 있다.99간의 사대부대궐로 지어진 제주한국관도 하얏트의 부도로 문을 닫았고 호텔의 2차공사로 보류됐다.

 단지 입구의 서라벌호텔과 상록호텔도 공사중 부도를 맞아 짓다만 건물이 흉물화 하고 있으며 여미지 식물원은 삼풍백화점의 붕괴여파로 서울시소유가 되어 매각대상이지만 여의치 않다.해양센터의 관광호텔도 공사가 중단됐으며 한국콘도 역시 부도가 나 종업원들의 퇴직금도 제대로 못내주는 형편이다.

 비교적 정상적인 운영을 해온 신라호텔은 최근의 증축공사이후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어촌의 외양을 그대로 살려 호텔화한 씨빌리지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임대중이다.


<중문단지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개발실적이 이처럼 부진해지면서 단지를 운영하는 관광공사 제주지사의 운명이 위태로운 실정이다.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중문골프장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민영화명령을 받았지만 2차에 걸친 입찰에서도 응찰자가 없어 어정쩡한 상태다.

 관광공사는 올해말로 지사를 폐쇄할 계획인데 그것도 쉽지만은 않은 문제다.제주도나 서귀포시등 자치단체가 이양을 받기에는 재정이 빈약하고 관광개발에 대한 노하우도 없기 때문이다.아직 분양되지 않은 토지만 1단계지역에 3만평,2단계지역에 19만평,녹지가 23만평으로 금액으로 2015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자치단체가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런 액수다.

 개발전 토지매입 당시 평당 4만여원에 불과했던 땅값은 개발이후 상가지역의 경우 분양가 80만원에 달해 20배수준으로 뛰어올랐다.이같은 땅값부담을 감수하며 자치단체가 이양을 받을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업체들이 입주할 것인지도 의문스러운 실정이다.

 중문단지의 존재는 지역주민들의 고용과 자치단체에 대한 지방세납부실적에 있어서도 무시할 수 없다.최근 관광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단지내 업체의 총종업원 1486명중 1269명이 지역주민들이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연간 임금만 237억원이다.또 서귀포시에 납부하는 종합토지세와 재산세가 39억9000여만원으로 시청의 전체 지방세수의 32.2%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로의 개발,메가리조트의 구상등으로 변화하는 제주 관광 개발의 역사속에서 중문관광단지는 어떤 입지를 찾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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