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서귀포지사장

정부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며 지난 1월부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추진중이다.

정부는 개인별 업무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성과 중심 개혁이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성과연봉제는 모든 노동자를 '쉬운 해고'로 내몰고 임금수준마저 삭감하려는 성과퇴출제 또는 해고연봉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의 특성상 성과 측정이 어렵고 성과주의 만연이 공공서비스 질을 오히려 떨어뜨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의 취업규칙 변경이 수반되는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에서 변경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조는 리얼미터가 지난 8월27일 전국의 성인남녀 10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64.3%는 '금융·공공기관의 개인별 성과연봉제가 단기 성과주의를 야기해 일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응답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가 저성과자 퇴출과 관계없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주요 핵심 과제라며 강행 방침을 고수, 노동계와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마찰로 철도공사와 부산교통공사 노조간부 및 파업참여 조합원 800여명이 직위해제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는 느긋한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1월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 성과급적 연봉제를 기존 4급 이상에서 과장급 직위에 임용된 5급 공무원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성과연봉제 대상을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사업소 및 행정시 과장(제주도 계장은 제외)으로 확대,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키로 했다.

성과연봉 책정을 위한 개인성과평가는 과단위 조직평가(70점)와 개인역량평가(30점)로 구성하되 개인역량평가는 부시장(15점)·국장(15점)에게 맡겼다. 

과마다 업무가 다르고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돼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역량을 평가한다는데 대해 벌써부터 내부에서 불평이 터져나오고 있다. 또 총무·기획예산과 등 일부 특정부서가 좋은 등급을 독차지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사업부서는 오히려 상급자 평가에서 처질 것이라는 푸념이 적지 않다.

결국 개인역량평가가 근무성적평가에 반영돼 주요 부서 과장은 성과급과 근평에서 혜택을 받는 반면 기피부서 과장급들은 돈과 보직 모두에서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성과급 차이가 아주 크지 않고 낮은 평가를 받더라도 다른 공공기관처럼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성과연봉제에 대한 관심은 의외로 그리 높지 않다. 지금 자신이 받고 있는 기본연봉 외에 지급될 성과급이 C등급(0원)을 제외하고 연간 500여만(S등급)~200여만원(B등급)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과단위로만 평가되다 내년부터는 과장 모두를 일렬로 세운다는데 대한 거부감 내지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공직사회가 확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무리로 여겨진다.

일반 기업에서도 성과연봉제로 인해 조직 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부서간 협업체계가 붕괴되는 등 폐해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공공기관과 지자체에까지 굳이 성과연봉제를 확대해야 하는지 의문이 쉬 해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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