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 인근 아수라장으로 "2007년 '나리' 떠올라"
차량 수십대 파손...도로 흙 쌓여 갯벌처럼 변해

밤사이 제주지역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제주시 한천이 또다시 범람했다.

이 곳은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내습 당시 복개천 상판이 어긋날 정도로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진흙과 뒤섞인 시커먼 물이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한천 인근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특히 태풍 나리 당시 범람을 경험했던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인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실제 5일 한천 복개천 인근 도로는 진흙 범벅이 돼 마치 갯벌을 연상케 했다.

아스팔트 산산이 부서져 곳곳에 널브러졌고 도로 한 가운데는 쓸려 내린 흙이 쌓여 흙더미를 이뤘다.

이 때문에 출근길 주민들과 등굣길 학생들은 진흙탕과 흙더미를 피해 다니는 등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또 불어난 물에 휩쓸린 것으로 보이는 차량 수십대는 차체 곳곳이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더구나 일부 차량들은 다른 차량 위나 인도 위로 올라가 있어 지난 새벽 사이 태풍 강도를 짐작케 했다.

주민 김미선씨(56.여)는 "밤에 잠을 자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시끄러워 밖으로 나와 보니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다"며 "한천이 범람하고 아스팔트가 뒤집어져 혹시 모를 불안감에 집에 있지도 못하고 밖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고 하소연했다.

한천 인근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부선씨(49.여)는 "지금 한천 범람이 예전 나리 때 이후 두 번째"라며 "넘친 물로 차량이 파손되고 도로가 엉망이 돼 아이들 통원도 못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리 때도 피해를 보고 행정에서 복구를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부실공사나 다름없다"며 "다른 곳은 평소에 공사를 부지런히 하면서 이곳은 그동안 아무런 보수공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행정에서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태풍 차바가 제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4일 0시부터 5일 오전까지 주요 지점 강수량은 북부지역 제주172.2㎜,용강 385㎜, 남부지역 서귀포 288.9㎜, 태풍센터 285.0㎜, 동부지역 성산 133.9㎜, 김녕 239.0㎜, 서부지역 고산 26.1㎜, 한림 127.5㎜를 기록했다.

산간은 한라산 윗세오름 624.5㎜, 어리목 516.0㎜ 이다.

주요지점 최대순간풍속은 제주 초속 47.0m, 서귀포 22.3m, 고산 56.5m, 성산 30.4m, 윗세오름 34.6m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고산 56.5m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 60m, 2002년 8월 태풍 루사 56.7m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높았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