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문화부국장대우

2014년 일이다. 대학생 2명이 봉지과자 160개를 이용해 만든 '과자 뗏목'으로 한강을 건넌 퍼포먼스가 국민적 공감을 샀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있더라는 웃지 못할 '과대포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과업체도 할 말은 있다. 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다 보니 산패나 부서짐을 막기 위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하소연한다.

원희룡 도정의 핵심 문화정책인 '문화예술의 섬'도 비슷해 보인다. 사실 지난해 말 원희룡 도지사까지 나서 구상을 밝히면서 올해 뭔가 윤곽이라도 잡히지 않을까 했던 상황은 아직 제자리를 맴도는 형국이다. 물론 시도는 있었다. 제주발전연구원이 지난달 '제주 문화예술의 섬 조성 전략 미래기획 연구 보고서'를 내놨고, 도문화예술위원회와 제주문화예술재단 주최의 '대도민토론회'도 8차례나 열렸다.

늘어놓고 보면 다양한 일이 진행됐지만 내용을 보면 상당 부분 겹친다. 8번의 대토론회에서 도출된 내용은 지난해 조성 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도민 대토론회라고 했지만 정작 '도민'이 없는 상황도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제각각 결과가 도출됐다. 마지막 자리까지 문화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주문됐다.

문화예술 영역은 책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제과업체의 주장처럼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하나 내용물은 일부에 불과한데 완충재며 트레이, 받침접시, 낱개 포장 등으로 부풀리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