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친절·질서·청결 문화로 <'청결' 거리 만든 일본의 비결>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도쿄 거리

매립장 없어 소각비율 늘리는데 중점
유료화 등 쓰레기 줄이기 운동 강화해
거리 수거통 지정해 투기행위 최소화

늘어나는 인구와 관광객들로 인해 관광지 제주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클린하우스는 수거함을 채우고도 넘쳐 악취를 풍기고, 거리 곳곳에 널브러진 담배꽁초와 음료수 캔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반면 일본의 도쿄는 거대 인구가 밀집됐음에도 언제나 깨끗한 거리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의 '청결' 유지 비결을 살폈다.

△빈틈없는 처리 시스템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절대적인 쓰레기량을 줄이고, 배출과 같은 시간대에 수거하는 것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제주와 마찬가지로 주민 반발이 심해 쓰레기 매립장 용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활한 쓰레기 처리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도쿄는 매립지가 중앙방파제 일대 처분장 외에는 없어 소각비율을 늘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도심에 쓰레기 소각시설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마찰이 많았지만 공정 개선으로 유해가스 배출을 꾸준히 줄이고, 이를 홍보하면서 도쿄내 20개 소각장 건립에 성공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도 성공을 거뒀다. 도쿄도 23개 특별구의 1989년 전체 쓰레기량은 490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해 매립 처분량도 240만t으로 매립비율이 49%에 달하면서 다양한 쓰레기 줄이기 정책을 펼쳤다.

1991년 대형 쓰레기를 유료화 했고, 1996년에는 사업장 쓰레기 전면 유료화를 실시했다. 또 소각비율도 지난해 80%까지 꾸준히 늘리면서 이 과정에서 나온 20분의 1 가량의 소각재도 시멘트 원료화하고, 일부는 12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녹여 토목자재인 슬래그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도쿄의 2014년 전체 쓰레기 배출량은 300만t 이하, 매립비율은 1989년에 비해 85% 감소한 36만t에 불과했다.

또 쓰레기가 길거리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무단 투기를 예방하기 위해 해가 뜬 후 오전 8시까지만 수거하고 있다. 8시 이후 버릴 경우 스티커를 붙이는 등 주의를 준다. 

주민간 감시도 활발해 누가 버렸는지 증거물을 찾아내 그 집에 도로 갖다놓는 경우도 있다는게 도쿄 23구 청소일부사무조합의 설명이다.

종류별 쓰레기 배출 안내장 앞에 잘 정돈된 재활용 쓰레기들

△쓰레기 발생 최소화 노력

일본의 거리가 깨끗한 것은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가정과 기업, 거리에서 '줄이고'(Reduce) '재사용'(Reuse)하고 '자원으로 활용'(Recycle)하는 3R 운동을 실천하는 한편 물건을 살 때부터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면서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왔다. 

이에 따라 2014년 기준 도쿄의 1인당 쓰레기는 하루 0.839㎏으로 같은 해 제주지역 1.57㎏의 절반만 배출되고 있다. 도쿄의 경우 가정에서 버리는 10㎏ 이하 쓰레기는 무료로 수거하는 점을 감안하면 쓰레기 발생량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도쿄 23개 특별구중 한 곳인 아라카와구는 자체 매립장이 없다보니 30년 전부터 더욱 강력한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라카와구의 2015년 기준 1인당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0.581㎏에 불과하며, 2021년까지 0.2㎏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현재 16% 수준인 재활용 비율을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수거 날짜도 지역별로 요일을 정해 타는 쓰레기를 주 2회 수거하며, 타지 않는 쓰레기는 월 2회만 수거한다.

우리나라의 통·반에 해당하는 각 동네의 회의에서 쓰레기 줄이기 교육을 실시하고, 집단으로 동네에서 협력해서 쓰레기를 줄였을 경우 인센티브를 지원해 여행·축제 등에 쓰도록 한다.

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제대로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쓰레기 분류방법을 교육시키면서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다.

쓰레기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자판기 옆에 수거통을 설치했다.

△담배꽁초·음료수 캔 없는 거리

담배꽁초와 먹고난 음료수 캔 등은 크기는 작지만 거리 미관을 저해하는 골칫덩이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관광지마다 흡연 구역을 지정, 통일된 규격의 재털이를 설치해 담배꽁초 투기를 크게 줄였다.

또 음료수 캔이 거리의 벤치 등에 쌓이지 않도록 자판기 옆에 캔 수거통을 마련하고, 편의점 주변에도 쓰레기통을 설치해 거리에 버리는 행위를 최대한 예방하고 있다.

제주처럼 별도의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종이류는 접어서 끈으로 묶어 배출하도록 하고, 음식·음료 용기는 물로 씻어서 악취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쓰레기를 길가에 함부로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을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규칙과 예절을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철저한 쓰레기 분리 배출과 함께 기본적으로 '내 집 앞, 내 가게 앞은 내가 책임진다'는 문화를 형성해왔다.

주택이나 가게 앞은 물론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도 자치단체가 정기적으로 청소를 시행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월 1~2회 등 주기적으로 업장 주변을 청소하면서 항상 청결한 거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인터뷰] 니카이도 키사카즈 도쿄 아다치 청소공장장

"쓰레기 분리 배출이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열 살 내외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쿄 아다치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를 처리하는 아다치 청소공장의 니카이도 키사카즈 공장장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니카이도 공장장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라며 "소각장이 충분한 도쿄는 3가지로 분류하지만 재활용이나 매립비율이 높은 지방의 도시들은 많게는 20종류까지 세밀하게 분류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정확하게 분리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특히 규칙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각국 언어로 된 배출방법 홍보물을 만들어 곳곳에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카이도 공장장은 또 "일본의 경우 오래 전부터 학교에서 분리 배출법을 교육해 대체로 잘 지켜지는 편"이라며 "때문에 종량제 봉투 도입이나 불법 쓰레기 벌금 부과 등을 시행하지 않고도 깨끗한 거리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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