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각종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정조준하기 시작하자 "사정 한파가 닥치는 것이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각종 의혹의 집중 표적이 됐던 민주당은 "여야를 떠나서 하루빨리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중순께부터 본격소환이 있을지 모른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민주당 = ㈜MCI코리아 소유주인 진승현(陳承鉉) 부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소환조사를 받은데다, 몇몇 당내 인사들에 대한소환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정 한파의 냉기를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이미 신광옥(辛光玉) 법무차관과 당료출신 최택곤(崔澤坤)씨, 김은성 국정원 전2차장 등이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데다, 진씨로부터 후원금 5천만원을 받은 서울 동대문을 지구당 허인회(許仁會) 위원장과 후원회장인 김진호(金辰浩) 한국토지공사 사장도 검찰과 선관위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각종 게이트의 정면 돌파를 강조하고 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27일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의혹들이 하루빨리 밝혀져서 새해를 밝은 마음으로 맞자는 것이 진심"이라며 "그 누구도 비호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진씨로부터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고, 영수증을 발부한 합법적 후원금"이라며 "일체의 의혹이 없음을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후원회장과 회계책임자가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 협조한 것은 물론이고, 본인도 자진해서 울지검을 방문해 참고인 조사기록을 확인했다"며 합법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성홍 국정원 전 경제과장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모 의원측은 검찰의 소환통보가 임박한 것으로 보도되자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라며 "훈훈해야 할 세밑을 이렇게 보내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 사정의 칼날이 당소속 의원들에게까지 미칠 지 모른다고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검찰이 비리의혹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놓고 있다가 이번 임시국회가 마감되는 내년 1월12일 이후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을 짚어보며 긴장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외곽을 때리다 점차 정치권의 중심으로 과녁을 옮기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한 검찰출신 의원은 "내년 1월은 각종 `벤처 게이트"가 터져 나오면서 `리스트정국"이 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 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 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벤처 게이트"에 국정원이 깊숙이 관여돼 있을 것"이라며 "검찰수사 향방에 따라 여야 의원 모두 다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진승현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한 의원은 "시중에 떠도는 `진승현 리스트"라는 것은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신빙성도 없는 것"이라며 "각종 의혹을 철저히 수사,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 김종필(金鍾泌.JP) 총재의 핵심측근인 김 부총재가 대출청탁건으로 거액을 수뢰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파장을 우려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김 부총재가 내년 1월15일 JP의 대선출정식 준비를 총괄하는 대선기획위원장을 맡아 정계인사들과 활발히 접촉해왔다는 점에서 자민련의 대외활동 마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신당동자택에서 김 부총재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아무런 말도하지 않았다고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변인은 "앞으로 (수사과정을)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허탈해 했다.

김 부총재는 아침 일찍 자택을 나선 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변웅전(邊雄田) 총재비서실장은 "김 부총재가 `즉시 돌려줬다"고 했으며 29일 검찰에 출두해서 자세한 경위를 밝히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직자들은 김 부총재 건을 계기로 당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도록 파문의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오장섭(吳長燮) 사무총장은 "김 부총재 개인의 일로 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김 부총재는 사실상 수석부총재 역을 수행하며 JP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왔다"며 "이번 사건으로 당은 물론 JP에게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 황정욱 맹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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