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2016년 노벨경제학상은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MIT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경제관계가 계약으로 이뤄져 있음에 따라 투명한 계약과 합의가 만족될수록 사회효용이 증가한다는 계약이론을 개척하고 30여년간 연구한 공로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국내 언론에서도 우리나라에 수상자가 없는 이유를 분석하는 글을 많이 싣는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내용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한 우물파기 전략으로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누가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영역에서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임을 알고 수십 년간 인생을 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루하루의 미미한 실적이 몇십년 쌓여 눈에 보이는 결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시간을 짐작하게 한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명예교수도 40여년간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를 연구해 온 결과로 빛을 봤다. 그가 노벨상 수상 후의 강연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 것도 인정받지 못하는 동안 자신의 연구 영역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토로한 것이리라.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호기심이 컸고 다행히 오랜 시간 자신의 분야를 자기답게 지켜낼 수 있는 집념이 있었기에 그와 연구 분야가 동일시돼 업적을 인정받게 되었다.

자신의 브랜드는 이렇게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다. 학문적 영역 이상으로 산업과 기업의 마케팅이야말로 오랜 시간을 들여 자신의 정체성을 묵묵히 지켜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이 이슈가 되면서 현실의 배경에 가상이미지를 겹쳐 보이게 하는 증강현실이 잊혀지는 듯 했었다. 

그러다 최근 포켓몬 고(Pokemon Go)라는 게임으로 다시 관심받을 수 있었던 데는 10년 이상 이 기술에 매진해온 니앤틱(Niantic)이라는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상품 중 나의 것을 기억하고 알아보게 하기까지는 이처럼 긴 시간을 들여 시장이 원하는 대로의 설득이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몇 년전 제주를 찾은 일본의 세계적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는 틈새를 찾아 한 곳에 집중해 그 분야 최고가 되려는 일본 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은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사업을 다각화시키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하나의 브랜드가 명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깊게 집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본 지면을 통해 언급한 '제주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이 주는 청정함이라는 우수한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주 삼다수'라는 브랜드가 개발된 지 20년이 지나는 동안 그 이상의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음은 아쉽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해주는 제주의 청정이미지가 전이된 대표 상품들이 있어야만 구매하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미국과 맥도널드 햄버거를 동일시하는 것처럼 제주와 친환경 이미지를 동일시할 수 있는 브랜드를 적어도 수십 개는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청정함이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대형 면세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명품을 찾는 것만 봐도 제주 상품의 청정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 상품을 브랜드화하는 과정 역시 지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나 지금이라도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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