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최근 추진중에 있는 세계자연유산 추가등재 후보지 학술용역의 중간발표를 살펴보면 제주 서부지역 차귀도 일대가 지질학적 가치와 경관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수월봉과 더불어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 후보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차귀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제주도의 중심부에 한라산, 동북부지역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동부지역의 성산 일출봉과 더불어 서부지역의 학술적 가치를 갖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자리매김하며 균형적인 자연유산의 그림이 펼쳐질 것이다. 

따라서 지질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고고학적인 가치, 경관적 가치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서부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사실 차귀도는 호종간의 설화, 설문대할망 설화, 차귀당의 설화 등 매우 중요한 향토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으며 이어도를 향한 제주의 꿈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전 제주가 탄생하면서 사람들이 살았던 신석기시대의 유적, 중국과 왕래했던 흔적, 도자기를 실어 나르던 역사의 향기가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차귀도를 포함하는 서부지역은 농업유산과 향토유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학술적인 연구활동이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서부지역의 숨겨진 보물을 발굴하는 연구 활동에 많은 노력이 진행돼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자연유산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 과학적인 측면이 우세한 것이지만 인문학적인 요소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며 철학, 예술, 교육 등의 다양한 분야의 유합된 결과물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차귀도는 수월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활동이 미흡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귀도의 미래에 대한 노력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차귀도의 지질을 살펴보면 수성화산활동과 육상화산활동의 반복으로 복잡한 형성과정을 갖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주 오름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관리제도에 있어 허공에 뜬 상태였다.

당산봉, 수월봉 그리고 차귀도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체계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결과에 따르는 보호 관리제도와 활용 계획들이 수면위로 등장하는게 바람직하나 현실은 조금 다른 것이 사실이다.

차귀도가 설령 세계자연유산 후보지에서 벗어날지라도 차귀도가 갖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활용은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차귀도는 자연학습장소로 매우 우수한 요소들을 지닌 곳이며 아이들의 생태 교육과 상상력을 키우는 장소로 훌륭한 조건을 갖췄다.

탐방객들에게 제주의 색다른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며 제주인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민들에게는 사색의 장소이며 외국인들에게는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아이들에게는 학습의 장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차귀도의 개발론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탐방객들에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예술가, 철학가, 교육자, 자연 과학자, 의사, 풍수학자, 농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차귀도로 모이도록 해서 다양한 상상력과 생각을 생산하고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것들을 모은다면 차귀도의 미래가치가 확실히 잡히고 단단해질 것이다.

아프리카 개미집에서 훌륭한 영감을 얻어 생태건축물을 만들었던 생물학자와 건축가의 놀라운 콜라보레이션이 온 세계를 들썩이게 한 것처럼 차귀도에서도 1+1=2가 아닌 1+1>2가 되도록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를 기대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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