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영 서귀포시 귀농귀촌협의회장

귀농·귀촌을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시 생활에서의 회의'와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농촌으로 떠나고 있다.

그럼 농촌으로 간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귀농후 초기에는 95% 정도의 사람이 수입이 거의 없고 5%만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즉 귀농·귀촌하면 누구나 꿈같은 전원생활이 펼쳐지며 성공하는 줄 알고 시작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실패하지 않도록 귀농·귀촌 전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인가.

첫째,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해 수입이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육지에서 하던 일을 제주에서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농사에 도전을 해본다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에 도전한다. 그래서 이들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둘째, 아이와 귀농하는 경우 교육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를 전학시켜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동참하고 주거 문제도 마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마을 주민과의 갈등의 소지로 불거진다. 집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해 타 지역 중·고등학교로 진학한다. 마을 주민들은 "잠시 머물다갈 사람을 위해 마을 기금을 쏟아부어도 되냐"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주민은 "우리는 언제 마을 주민이 되냐"고 되묻는다.

셋째, 주거 문제와 농지 구입의 문제도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이제 제주의 주택구입비는 웬만한 도시의 주택구입 가격과 같다. 농사지을 땅도 전국 농지 평균 땅값의 10∼20배가 된다. 제주에서의 농사는 귀농인에게는 경쟁력을 잃었다. 귀농하는 사람 중 'Retern' 'U턴'하는 경우는 예외이다. 그들에게는 고향을 지켜온 부모님과 땅이 있으니까. 도시에서의 경험과 인맥, 경력을 살려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으니까 .

넷째, 농업진흥청에서 귀농교육 100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귀농창업자금 3억원과 주택 구입자금 5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자금은 귀농창업자금으로 그 용도가 제한돼 있다. 제주에서 과연 이 자금으로 정착할 수 있는 귀농인이 얼마나 될까. 3억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토지는 현실에서 몇 평이나 될까.

융자는 결국 빚으로 남는다. 이들이 상환기간이 도래했을 때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충분한 수입으로 상환하는데 문제가 없을까.

제주는 한해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다. 농촌이라고는 하지만 농가 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더 많은 도시형 농촌이다. 거기에 걸맞은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이주민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런 젊은이들이 제주에 와서 해야 할 일이 농사짓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요구와 바람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럼 많은 사람이 꿈꾸고 있는 제주로의 귀농·귀촌은 생각지 말아야 할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귀농·귀촌하는 이들에게 제주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시·군에서 시행하는 귀농인의 집이나 귀농사관학교, 귀농·귀촌센터의 설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기관에서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로 가족들과 일정기간 머무르면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기간을 갖고 이 기관에서는 귀농·귀촌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역할이 필요하다.

겨울철 눈이 내린 날 길조차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 때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면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다.

먼저 귀농·귀촌해서 정착한 선배에게 실제적인 성공담과 실패담을 들으며 철저히 정착을 준비한다면 분명 성공한 귀농·귀촌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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