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시스템 먹통…밀입국 사실 감감

사진은 지난 18일 중국인 왕씨가 밀입국을 위해 넘어선 울타리로, 왕씨가 철조망을 연결하기 위한 철골 구조물을 밟고 넘어서면서 장력 장치가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경호 기자

장력장치 미작동 중국인 월담 12시간만에 포착
공항공사·출입국사무소·항공사 책임회피 급급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의 보안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력 장치가 설치된 울타리가 중국인에 의해 손쉽게 뚫린 데다 출입국 당국은 해당 사실을 뒤늦게야 인지하는 등 보안 시설과 시스템 모두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제주국제공항 서쪽 관제탑 주변을 확인한 결과 계류장과 공항 외부 사이에는 높이 3m가량의 콘크리트 담과 철조망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다.

해당 구역은 지난 18일 밤 중국인 왕모씨(34)가 비행기에서 내린 후 월담했던 곳으로, 울타리마다 인위적으로 잡아당기면 공항 내 종합상황실로 자동 감지되는 '장력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문제는 울타리와 장력 장치 등 보안 시설이 설치돼 있음에도 왕씨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왕씨는 건물 외벽과 맞닿아있는 울타리를 넘어선 후 도주했다.

해당 울타리에는 장력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철조망을 연결하기 위한 철골 구조물을 밟고 넘어서면서 장력 장치가 아예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보안을 위한 시설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이다.

또 현재까지 한국공항공사는 왕씨의 밀입국 과정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장력 장치 자체가 오작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출입국 당국의 대처 역시 미흡했다.

왕씨는 제주공항 도착 후 30여분만에 울타리를 넘어 도주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가 CCTV를 통해 월담하는 왕씨의 모습을 포착한 시점은 12시간이 지난 후였다.

결국 밀입국을 막기 위한 시설물과 출입국 당국의 보안 시스템이 허술하게 작동하면서 두터워야 할 제주의 관문에 틈이 발생,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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